배우 이원종이 프로듀서로 데뷔해 겪고 있는 고충을 전했다.
13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는 연극 '맨 프럼 어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영화가 원작인 '맨 프럼 어스'는 주인공 존 올드맨이 동료 교수들과의 송별연 자리에서 스스로를 1만4000년 동안 늙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밝히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배우 이원종의 손을 거쳐 이 작품은 처음 연극으로 만들어지게 됐다. 이원종은 이 작품에서 배우가 아닌 프로듀서로 데뷔를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원종은 "올해 나이가 50이 됐다. 항상 무대에 서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며 "그래서 공연쪽 사람들과 간단하게 식사를 하려 했는데, 거기서 만난 선배가 지나간 세월을 아쉬워하지 말고 다가온 50을 즐겁게 맞이하라고 하더라. 그 순간 딱 공연이 생각났다. 더이상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새롭게 도전을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프로듀서로 데뷔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맨 프럼 어스'가 지닌 주제 의식도 자신의 가치관과 맞닿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극 중 존 올드맨이 정말 1만4000년 동안 살았는지에 대해 동료 교수들의 논쟁이 이어진다. 서로가 지닌 지식을 총동원해 진실은 무엇인지 토론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원종은 "요즘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진실이라고 알았던 지식과 상식들이 무너져가면서 점점 정말 올바른 것은 무엇인지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작품에 이런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1년에 하나 쯤은 이렇게 진실에 의문을 품는 작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배우들과 함께 극을 만들어가면서 즐거움도 있었지만 처음 겪어보는 호된(?) 경험도 있었다. 이원종은 "극을 만드는 사람이 정말 따로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배우로서 뇌 한 쪽만 사용하다가 프로듀서를 하니 어려운 점이 많았다. 처음엔 배우 캐스팅을 하고 스태프를 구성하면 끝인 줄 알았다"며 "배우로서 극에 참여할 땐 연습하고 주어지는 간식을 먹기만 했는데 프로듀서가 되니 직접 배우들에게 커피와 차, 컵라면, 물 등을 배치해야 했다. 그리고 배우들 눈치를 보고 컨디션을 챙기게 되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원종은 "하지만 연습장에 들어서면 신기하게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고 기획하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영화나 연극이나 만드는 사람들의 정신이 투여된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을 교육하고 싶진 않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언어 유희를 그대로 즐겨줬으면 한다"고 포부와 바람을 전했다.
한편 연극 '맨 프럼 어스'는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11월 7일부터 다음해 2월 22일까지 열린다. 최용훈이 연출, 배삼식이 극작을 맡았고, 배우 여현수, 문종원, 박해수, 김재건, 최용민, 이대연, 이원종, 손종학, 서이숙, 김효숙, 이주화, 정규수, 한성식, 조경숙, 이영숙, 이주연, 박지나, 강하람, 정구민, 오근욱, 백철민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