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이 음악극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두결한장'은 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극영화 아트레온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012년 개봉 뒤 독립영화로는 흥행수준인 약 5만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실크 스크린 필름 페스티벌 관객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성소수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데 어찌 보면 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겠다. 김 감독은 동성인 김승환씨와 지난해 결혼식을 올렸고, 현재도 동성애 인권운동에 참여해 오고 있다.
'두결한장'은 세상이 동성 커플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그린다. 2일 DCF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열린 음악극 '두결한장' 프레스콜 현장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극 중 종합병원 내과의사인 민수는 게이이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길 바라는 부모님을 위해 레즈비언인 효진과 위장결혼을 했다. 민수와 처음부터 이혼하기로 합의하고 위장결혼을 한 효진은 다큐멘터리 감독인 서영과 당당하게 살아갈 날을 꿈꾼다. 그리고 낮에는 채소가게의 넉살 좋은 젊은 사장으로, 밤에는 게이밴드의 보컬로 살아가고 있는 티나는 민수에게 점점 사랑을 느낀다.
극은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인물과 주위의 시선 때문에 이를 감추려 하는 인물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음악극의 총감독을 맡은 김 감독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의 삶을 보여주고 이를 공감했으면 했다. 극 중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동성애자들은) 불쌍하지 않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 다만 이성애자 중심 사회에서 그들이 조금 불편할 수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고 설명했다.
영화였던 작품을 공연화 한 것은 이런 이야기들을 세상에 더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도 이 영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은 영화만 보고, 공연을 보는 사람은 공연만 보는 경우도 있더라. 그래서 영화 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 이야기가 전달됐으면 했다"며 "그래서 박희정 작가가 이 작품을 만화로 그려줬을 때 정말 기뻤다. 그런데 이젠 공연으로까지 만들어져서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스크린에 펼쳐지던 영화가 무대에 오르면서 영화와 공연의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평면적인 무대 세트에서 영화와 같은 시각적 효과를 주기 위해 감각적인 소품과 다양한 조명 등을 포인트로 효과를 주고, 영화에서 민수와 커플을 이뤘던 '석' 역할을 잘라내고 '석'이 갖고 있던 캐릭터의 일부는 티나와 서영에게 더해졌다.
극은 어둡기보다는 발랄하다. 이는 동성애를 특별한 사랑으로 그리고 싶지 않았던 김 감독의 의도에서 비롯됐다. 김 감독은 "게이와 레즈비언의 사랑 이야기는 이성 간의 사랑과 별 다를 바 없다. 똑같이 설렌다. 사랑의 본질이란 무엇인가에 중점을 뒀다"며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를 구분 짓지 않고 다양한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대화된 '두결한장'은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까. 김 감독의 이런 의도는 다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웃으며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내가 과거에 커밍아웃을 했을 때 어머니가 한국 사회에서 불쌍해서, 힘들어서 어떻게 사냐고 했다. 10년 전과 비교해봐도 그리 많이 좋아지진 않았다. 하지만 홍석천씨가 커밍아웃을 하면서 한국 사회에 게이라는 존재를 폭넓게 알렸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여러 영화와 드라마도 만들어졌다. 동성애자 인권 운동도 열리고 있다. 여전히 어렵고 힘들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린 뒤 길거리에서 축하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인권 운동도 중요하지만 문화가 지닌 콘텐츠의 힘을 활용해 앞으로 보다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
한편 음악극 '두결한장'은 다음달 30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열린다. 김태형이 연출을 맡았고, 배우 정동화, 박성훈, 오의식, 강정우, 차수연, 손지윤, 리안나, 김효숙, 이갑선, 김대종, 우상욱, 이이림, 구도균, 이정수가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