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어른과 아이를 연결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한국 전시를 위해 방한한 로저 멜로가 전시장에서 한 말이다. 그는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아동문학 작가이다. 지금까지 100여권의 아동 도서를 출판했고, 22권의 책은 직접 글도 썼다. 그의 첫 번째 한국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인 '동화의 마법에 홀리다'처럼 전시장은 동화책을 현실 세계에 재현한 것처럼 꾸려놨다. 단순히 평면적인 2D 형태의 작품만 전시한 것이 아니라 그 이미지를 입체로 구현하고 홀로그램 영상까지 만드는 등 많은 시도를 했다.
이번 전시에는 로저 멜로가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작업했던 책 원화 88여점과 함께 한국 전시에서만 공개하는 '마뉴엘 왕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기억해', '평화 이야기' 원화 30여 점도 등장한다. 그림책 원본, 더미북, 스케치, 아이디어북, 여행기 등도 함께 선보인다.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도자기, 조각도 볼 수 있다.
한국 일러스트레이터 1세대 강우현 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남이섬에 버려진 철제 가림막을 이용해 제작한 작품이 전시장 곳곳에 설치돼 있다.
이 모든 작품들은 동화책에 대한 로저 멜로의 애정에서 탄생했다. 그는 "아이와 어른이 함께 할 시간이 없는 이 시대에 동화책은 서로를 연결시켜줄 수 있는 하나의 매개가 될 수 있다"며 "동화책을 보며 같이 이야기할 수도 있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이 점점 발전하고 전자책이 나오면서 출판되는 책이 힘이 없는 시대라고들 하는데, 책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우리의 일상과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야말로 세상의 일부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보면 현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고, 그렇게 생각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전시에는 노동을 착취당하는 아이들 등 브라질의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동시대에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문화적·정치적 문제를 담고 있는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무겁게만 푸는 것이 아니라 꿈과 환상을 자극하는 그림 세계로 표현해 나름의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상상과 꿈과 환상이야말로 어둠을 이기고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최적의 방법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한편 뮌헨국제어린이도서관이 기획하고, 남이섬과 재단법인 노래의섬이 주최한 '로저 멜로 한국전-동화의 마법에 홀리다'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다음달 15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