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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추억을 되새기는 빨간 우체통

㊴첫미팅과 이상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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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락현기자 |  2014.07.18 13:27:22

▲경북지방우정청 이경희

빵집에 단팥빵, 크림빵, 소보로빵들이 주인을 기다리며 삼각피라미드처럼 높이 쌓여있습니다.


친구들의 꿀꺽꿀꺽 우유 넘어가는 소리가 왜 이렇게도 크게 들리는지…….


조금 있다가 빵집 미닫이 문을 스르륵 열고 올 남학생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만 정신 줄을 놓을 뻔했습니다.


그 가슴 떨리던 첫미팅!


고등학교 시절, 별명이 소피마르소인 친구가 있었습니다.


예쁘장한 얼굴과 커다란 두 둔으로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당연히 많았죠.


그 친구 덕에 우리 반 단체미팅이 들어온 것입니다.


정말 콩닥콩닥 흥분되는 일이었죠. 우리 반 거의 대부분이 미팅을 해본지가 없는지라, 모두들 책받침에 코팅된 장국영, 유덕화, 장동건, 김민종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우리의 이상형을 떠올렸습니다.


상대 남자고등학교 학생들도 소피 마르소, 브룩쉴즈, 피비 케이츠와 왕조현 등 책받침의 여신들을 떠올려겠죠.


아하, 콩닥콩닥 가슴 떨리는 그 순간이 왔습니다.


머리도 쭈뼛, 교복도 쭈뼛, 모두들 말도 못하고 있는데 주선한 친구들이 빵이나 한 개씩 먹읍시다라는 적막을 깨는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빵을 향해서 돌진했죠.

▲전통시장 빵집.(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그러나 10분도 지나지도 않았는데 하얀 빈 접시만을 바라보며 발개진 얼굴을 숙이고 있었습니다.


참다못한 주선인들이 안 되겠다며 날짜를 주말로 미루어 다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일요일 오전 10시 앞산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었죠.


토요일 밤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전부다 교복이 아닌 청바지로 폼을 내고 앞산공원에 모인 우리는 파트너 선정을  위해 손수건 돌리기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모두들 손수건을 찾았습니다.
 
그 당시 유행했던 것이 손수건을 머리끈 대용으로 쓰는 것이었는데, 정말 그 짧은 단발머리에 빨간 손수건으로 묶어 제 딴엔 온갖 정성을 기울여 미팅에 나갔었죠.


주선한 친구가 제 손수건이 빨개서 눈에 띄인다는 이유만으로 저의 것을 쓰자고 했습니다.


저는 좀 당황했습니다. 손수건을 풀면 헤어스타일이 엉망이 될 텐데....


다른 친구들이 동시에 저를 바라보아서 어쩔 수 없이 손수건을 주었습니다.


망가진 헤어스타일 때문인지 1차 손수건 돌리기에서는 제 뒤편에 손수건을 놓고 가는 남학생은 없었습니다.


마음에 들었던 하얀 얼굴에 지적으로 생긴 남학생은 휙~ 제 등을 그냥 스쳐 지나가더군요.


2차로 파트너가 없는 사람들이 소지품을 꺼내놓고 파트너를 정했습니다.


저는 입술보호제를 꺼내놓았습니다. 그러나 나의 소지품을 누가 가지고 갈까 두근두근했던 마음은 싹~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필 제일 맘에 안 들었던 친구가 되었기 때문이죠.


저 생애 첫미팅은 그렇게 지나가버렸죠.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제일서적 2층, 대백남문, 만경관에서의 대구 골목을 떠올리며 옛 시절 첫미팅이 생각나네요.

▲대구근대골목투어 나만의우표.(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첫미팅의 사진이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제 기억 속에는 아직 예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남는 것은 사진뿐인데, 이제는 반려자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우표로 남깁니다.


첫미팅처럼 설렘도, 학창시절 이상형은 아니지만 삶의 의미를 함께 만들어가는 믿음을 쌓아갑니다.

▲나만의우표.(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그 옛날 짝사랑하는 이성를 생각하며 사랑노래를 테이프에 담아 녹음도 하고, 팝송가사를 편지지에 한글로 주석을 달아 마음을 전했던 추억처럼 우리만의 추억을 우표로 남깁니다.


(글 = 경북지방우정청 이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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