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한덕수 회동설...‘李대통령 사건 개입’ 의혹
‘회동 의혹’ 당사자들 “만남·논의 전혀 없어” 부인
與, “떳떳하면 수사받아라. 절대 그냥 못 넘어가”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초,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충식씨 등과 만나 ‘이재명 사건은 대법원에서 알아서 한다’고 말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범여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조 대법원장은 17일 오후 청사 퇴근을 불과 30분을 앞두고 법원행정처를 통해 ‘최근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대한 대법원장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조 대법원장은 “최근 정치권 등에서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만나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에 대해 논의했다는 취지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위 형사 사건과 관련해, 한 전 총리와는 물론이고 외부의 누구와도 논의한 바가 전혀 없으며, 거론된 나머지 사람들과도 제기되고 있는 의혹과 같은 대화 또는 만남을 가진 적이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곧이어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청사를 빠져나오면 기자들을 향해 “수고하십니다”라고만 말한 뒤 ‘민주당에선 한 전 총리와 만났다는 녹취 증거가 있다는 데 입장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차에 올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사흘 후인 지난 4월 7일 ‘조 대법원장이 한 전 총리, 정 전 검찰총장,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측근으로 알려진 김씨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 내용을 소개했다.
이어 부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오찬 자리에서)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고 한다”며 “제보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장 스스로가 사법부의 독립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을 넘어서 내란을 옹호하고 한덕수에게 정권을 이양할 목적으로 대선판에 뛰어든 희대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같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하자 조 대법원장은 내부에서는 의혹 제기만으로 대법원장이 직접 나설 일은 아니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를 분명히 밝혀 선을 긋겠다고 판단해 입장문을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이날 조 대법원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입장문 발표는 통상 사법부 최고 책임자인 대법원장들이 공개적으로 개인 신상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왔다는 점에서 대단히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본인을 둘러싼 의혹의 불씨가 개혁 압박을 받는 사법부 전체로 번지는 것을 서둘러 진화하려는 조처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오찬 자리에 동석했다고 거론된 한 전 총리를 비롯해 정 전 검찰총장, 김씨 등 인사들도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정 전 총장은 이날 일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조 대법원장이 고등학교(경북고)-대학교(서울대 법대) 후배이기는 하지만, 일면식도 없어 회동한 사실 자체가 없다”면서 한 전 총리와 관련해서도 “한 전 총리와는 같은 해에 대학에 들어갔고, 예전 한 전 총리가 국무조정실장일 때 제가 법무부 차관으로 재직해 서로 아는 사이였지만 다양한 형태의 공적인 모임에서 마주치는 것 외에, 사적인 만남은 전혀 없었었다”고 부인했다.
앞서 한 전 총리 측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이전·이후를 막론하고 조 대법원장과 회의나 식사를 한 사실이 일절 없으며 개인적 친분도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김 씨 또한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는 알지 못하고, 정 전 총장은 과거 봉사활동을 했을 때 잠깐 본 적이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회동 의혹 당사자들이 이 대통령에 대한 사건 개입 의혹을 전면 부인한 데 대해 범여권에서는 “수사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입장으로 압박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의혹 제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본인은 부인하고 있고, 그렇다면 특검 수사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며 “본인 스스로 ‘수사에 협조하겠다’라고 나서면 좋지 않을까?. 떳떳하면 수사 받아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 대표는 “12·3 비상계엄 때 빠르고 명확한 반대 목소리를 못 냈고, 서부지법 폭동 때 강력한 메시지도 못 냈던 조 대법원장이 본인 의혹에는 참 빠른 입장(문을 냈다)”면서 “사법부 수장으로서 자격 미달. 그냥 조희대 변호사로 사시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조국혁신당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조 대법원장의 답변으로는 ‘왜 9일 만에 원심을 뒤집고 대선에 개입했는가?’라는 국민들의 의혹을 잠재울 수가 없다”며 “법원은 성격상, 스스로 사건을 기획하지 않는다. 이재명 파기환송심 역시, ‘외부의 요청에 의해’ 대법원이 이에 응답한 형태로 9일 만에 선고되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고 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재명 파기환송심이 왜 9일 만에 선고했는지 진실을 알려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명백히 반헌법적”이라며 “만남이 있었다, 식사가 있었다는 근거 없는 그런 내용 하나를 가지고 결국 비틀어서 대법원장 사퇴까지 몰고 가는 방식이 늘 민주당이 쓰는 저열한 방식”이라고 비난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