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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추억을 되새기는 빨간 우체통

㊱ 나는 키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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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락현기자 |  2014.06.03 09:24:05

▲경북지방우정청 서은정

누구나 그렇겠지만, 어린시절에 대한 회상은 달콤한 과자 냄새로 시작합니다.


충분치 못한 용돈으로도 달콤함을 맛볼 수 있었던 50원, 100원짜리 과자들에서부터 색색의 시원한 슬러시들까지 말입니다.


이뿐만이 아니죠, 손바닥만한 크기의 미니 만화책들, 오후 5시면 찰떡처럼 티비앞에 붙어있게 만들었던 만화영화들까지, 조그마한 삶은 매일이 불꽃놀이를 하는 듯 했습니다.


그 당시의 제일 큰 걱정은 “어른이 되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안 될텐데 더운 여름을 어떻게 견딜까?”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름 용돈의 99%는 아이스크림 값으로 사라졌는데 체온이 높은 아이는 더운 여름 아무리 아이스크림을 사먹어도 금새 더위에 헐떡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한여름의 열기에도 군것질을 입에 대지 않으셨습니다.


내게도 찬 것을 많이 먹으면 이가 썩고 배탈난다며 으름장을 놓으셨는데 어린 맘에는 배탈보단 눈앞의 차갑고 달콤한 유혹이 먼저일수 밖에요.


그러다 새벽 내내 울면서 화장실 문고리를 부여잡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좋았던 것이 아이스크림 뿐이던가요, 지금처럼 각종 케이블 전문채널이 없던 시절에 저녁 시간 전 방영해주던 만화는 내 마음의 오아시스였습니다.

▲(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지구용사 선가드도 달의요정 세일러문도 마치 우리 옆집에 살 것만 같던 그때, 하지만 내 마음속 한 켠 에는 언젠가 어른이 되면 지금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을 잊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숨어 있었습니다.


나이지만 내가 아닌 것이 될 것 같다는 두려움에 나는 어른이 된 나에게 지금을 잊지 말아달라고 만화영화 책과 인형을 샀습니다.


내가 어릴 적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잊어버렸을 때 이것을 보고 그 때를 기억해 내 주길 바라면서요.


나는 그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하는 그때의 나 그대로입니다.


그땐 어른이 되면 마치 번데기를 뚫고 나온 나비처럼 모든 것이 바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야 나는 계속 나임을 깨달아 가는 중입니다.

▲(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키덜트(Kidult)’라는 말을 아시나요?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어른이라는 뜻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감이나 만화를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나 인터넷 쇼핑몰이 생겨날 정도이니 키덜트는 한 순간의 유행을 넘어 누구나 갖고 있는 내면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 인정받는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가끔 해질녘 골목길을 걸을 때 꺄르륵 웃음소리와 함께 뛰어가는 아이들이 마치 내 모습처럼 보인다면, 내가 다닌 학교도 아닌데 학교 앞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면, 조카나  아이에게 사 줄 장난감임에도 마치 내 선물을 사는 기분이 든다면 우리 마음 안에는 여전히 머루같이 까만 눈을 반짝이는 어린 아이가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


내 안의 순수가 잊혀지지 않게 마주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잊고 있었던 소중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경북지방우정청 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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