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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추억을 되새기는 빨간 우체통

㉛기다림이 오고가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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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락현기자 |  2014.04.23 11:08:17

아침에 일어나면 호떡집에 불난 집처럼 가족 구성원 모두가 날개를 단 듯 바쁘게 움직입니다.
밥도 한 숟가락 뜨면서 젖은 머리카락을 말리고 출근 하고, 등교 준비를 하면서 많은 일을 동시에 해냅니다. 모두들 슈퍼맨이 된 것처럼요.


그때마다 습관적으로 나오는 말 “바쁘다”.
이제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보다 더 자주 쓰이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 이리 바쁜 걸까요?
출근길에는 잠시라도 초록 불을 놓치면 뒤차에서 ‘빵빵~‘ 하면서 경적음을 눌러댑니다. 경적소리에 놀라 앞만 보면 쌩~달리는데 앞차가 끼어들려고 준비를 합니다. 그러면 얼른 끼어드는 차가 못 들어오게 차머리부터 밀어 넣습니다.
최대한의 속도로 직장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 버튼을 두세 번 누르고 안쪽에 들어갑니다. 누가 뒤에 오지 않을까하는 기다림 없이 닫힘 버튼을 힘껏 누르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한 치의 여유 없이 탔던 모든 사람이 쏟아져 나오듯 제각각 몸을 앞으로 45도 기울인 채 사무실로 달려갑니다. 


반복되는 바쁨.
그 바쁨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낸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5초라도 우리가 기다릴 줄 알고 느리게 사는 법을 안다면 삶이 훨씬 더 여유로워 질 텐데.......
우리는 늘 이렇게 바쁨에 갇혀있습니다.


어느 날 집을 떠나기 전에 남기고간 편지가 2년 전으로 돌아가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영화 시월애(전지현, 이정재)는 2년의 시간을 두고 편지로 서로의의 마음을 나눕니다.


영화의 배경은 한적한 곳의 바닷소리, 조용한 곳에 위치한 ‘일마레’라고 불리는 집, 그곳에 위치한 빨간 우체통으로 시작됩니다.

▲이상화고택의 느린우체통.(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두 사람의 사랑은 우체통에 손 글씨로 쓴 편지를 보내고 받으면서 시작됩니다.
상대방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가까이 있지 않아도 편지하나로 사랑을 펼쳐갈 수 있습니다.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기다림이 생기고 여유가 생기면서 그 시간에 상대방에 대한 진심을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죠.

▲성주 심원사 템플스테이.(사진/경북지방우정청 제공)

그렇다면, 자신의 편지를 일 년 후에 집배원을 통해 받아 본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요?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이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들겠지만 가능한 일입니다. 


바쁜 일상속. 편지를 부친 것조차 새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받아보는 편지 한 통이야말로 그날의 추억을 되새김하면서 활력을 얻는 감회 깊은 편지가 되지 않을까요?
속전속결, 빠른 SNS와 인터넷에 대세인 이 시대에 아날로그적으로 추억을 되새김하는 ‘느린우체통’으로 인해 기다림과 여유를 만들어보세요.


삶의 속도를 줄이고 자신과 소중한 가족, 이웃을 돌아보는 소중한 추억을 담아보시는 건 어떨까요?
기다림이 오고가는 편지. 느린우체통이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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