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사건 사고가 일어난다. 이러한 사건 사고에 대한 동서양인들의 대처 방법도 사뭇 다르다. 특히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평상시와는 확연히 다른 징후들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것은 오랜 경험이나 실증적인 통계적 법칙을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인데, 바로 ‘유비무환(有備無患)’과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으로 설명된다.
우선 유비무환은 중국의 고전인 서경(書經)과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으로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는 준비를 미리 해 두면 매사 근심 걱정거리가 사라진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중국 춘추시대에 진(晉)나라의 도공은 사마위강이라는 당대에 유능한 신하를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정나라가 어느 날 송나라를 침공하였고, 송나라는 진나라에 구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도공은 즉시 노나라와 제나라 그리고 초나라 등과 연합국을 형성하였고, 정나라는 어쩔 수 없이 연합국과 강제적으로 불가침조약을 맺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불만을 품은 정나라는 이번엔 초나라를 침공하였는데, 결국 정나라는 초나라와 화친을 맺게 되었다. 연합국은 정나라의 이런 이중적인 태도에 불만을 품고 정나라를 다시 침략했지만, 진나라의 주도적인 화친으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무사히 넘어가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정나라는 도공에게 감사의 뜻으로 진귀한 선물을 보냈다. 이를 받은 도공은 그중 일부를 이번 일에 공로가 큰 사마위강에게 내리자, 그는 “편안한 때에 위기를 생각하면 거안사위(居安思危), 그에 맞춰 대비하게 되면 사즉유비(思則有備), 그런 대비가 되어 있으면 근심 걱정이 사라지게 된다. 즉, 유비즉무환(有備則無患)”이라며 선물 받기를 끝내 사양했다는 데에서 유비무환이라는 고사성어가 생겨나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한 미리 예방만 하면 어떤 대형 사고도 막을 수 있다는 법칙이 있다. 그것이 곧 하인리히 법칙 또는 ‘1:29:300 법칙’이다. 이는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사소한 사고와 수백 번의 조짐이 반드시 나타남을 뜻하는 통계적 법칙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 보험회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Heinrich)는 업무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던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서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이 바로 어떤 중대한 산업재해가 1건 발생하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아주 사소한 산업재해가 29건, 그리고 산업재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징후가 300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은 1:29:300이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 자체가 아닌 산업재해와 그 징후의 비율이다. 이는 많은 참사가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원인을 파악 또는 수정하지 못했거나 무시했기에 일어난 것이라고 한다. 유비무환의 자세로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무시하고 방치한 대형 사고와 사건들이 발생한 후에는 인재(人災)라며 땅을 치고 후회한다. 정작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방치한 정부 당국이나 관계자들은 범국민적 비난을 받는다.
하인리히 법칙은 현장에서의 재해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나 재난, 또는 사회적·경제적·개인적 위기나 실패와 관련된 법칙으로 확장 해석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 사고의 대처 방법도 동서양인들의 문화와 사고(思考)의 차이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생각의 지도(The Geography of Though)>의 저자 리처드 니스벳(Richard E. Nisbett)에 따르면 동양인들은 사물을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하고자 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매우 복잡한 것으로 간주하기에 어떤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수많은 요인을 함께 고려한다. 심지어 지나치게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은 미숙한 인간으로까지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에 반하여 서양인들은 범주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며, 범주를 알게 되면 어떤 사물이 속하는 특정 범주를 지배하는 규칙을 사용하여 그 사물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문제 해결 과정에 형식논리를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비무환과 하인리히 법칙은 사건 사고를 미리 대비한다면 어떤 대형 사고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그 성격과 의미가 비슷하다. 그러나 유비무환은 동양인의 사물 그 자체보다는 사물 간의 관계성과 부분보다는 전체를 고려하는 다소 다중적인 사고체계에서 발현한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에 하인리히 법칙은 서양인의 큰 그림보다는 부분적인 사물 그 자체에 주의를 기울이고, 좀 더 과학적인 사고체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