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를 50여일 앞두고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최고위원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생중계된 공개회의에서 당내 공천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거나 상대 예비후보를 대놓고 비판하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포문은 경기도지사 후보 공천을 신청한 양향자 최고위원이 열었다. 양 최고위원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본선 경쟁력을 우려해 경기도 추가 공모를 단행한 것을 두고 “일부 당 지도부와 공관위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엽기적이고 기이하기 짝이 없다”며 “제가 이상합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양 최고위원은 “(그동안) 지명도가 있어야 한다, 기업인을 찾는다, 반도체 전문가를 찾는다고 하는데, 30년 글로벌 기업인이자 반도체 엔지니어이고 당원이 뽑은 선출직 최고위원을 두고 이 무슨 해괴한 말이냐”면서 “이게 이기는 공천이냐. 이게 전략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양 최고위원은 “이런 패배주의와 비상식 때문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따위에게 ‘너희들은 아예 후보도 내지 마라’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이어 경북도지사에 출마해 현재 경선 중인 김재원 최고위원도 바로 마이크를 잡고, 경쟁자인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둘러싼 옛 안전기획부 간부 시절 인권유린 의혹, 이를 무마하기 위한 인터넷 언론사 특혜성 보조금 지원 의혹 등을 언급하는 등 노골적으로 경쟁 후보의 조치를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만약에 이 후보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어 본선에 진출하면 선거 기간 내내 검찰의 기소, 좌파 언론과 더불어민주당의 파상공세를 받을 것”이라며 “당의 명운이 걸린 사안이어서 어쩔 수 없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지난 2월 출마 기자회견 당시에는 “후보 신분으로 최고위 회의에 나오는 것은 자제하는 게 맞다. 공천과정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사 표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날 당내 경선 경쟁자를 겨냥해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이같이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집안싸움’이 생중계되자,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해 신동욱 최고위원은 김 최고위원 발언 도중 자리를 뜨는 등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정강정책·당헌당규개정특별위원장인 정점식 정책위의장은 침통한 표정으로 이들의 발언을 듣다가 “최고위 공개 발언 석상이 특정 후보가 특정 후보를 비판하는 자리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천을 신청한 즉시 최고위에서 사퇴하도록 규정을 개정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설마 이런 사태가 발생하겠느냐는 안이한 인식하에 그런 규정을 두지 못한 점에 대해 당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 정책위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양·김 최고위원이 출마 선언과 동시에 최고위에서 사퇴했어야 했다는 의미였으나 회의를 마친 뒤 양 최고위원에게 “김 최고위원처럼 상대 후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주로 지적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최고위원회가 난장판이 되자 장동혁 대표는 굳은 얼굴로 이 소란을 지켜보다가 “설령 공천과정에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동안 당을 위해 함께 길을 걸어온 분들이라면 절제와 희생도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그리고 최고위 회의가 끝난 뒤 박덕흠 공관위원장도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원이나 당직을 맡는 후보자는 오해나 공정성 시비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 회의 등에서 본인의 선거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며 “선당후사 자세로 임해달라”고 경고했다.
그런 가운데 경북도지사 출마한 이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김재원 후보가 심판과 선수를 병행하며 후보를 비방하는 데 최고위원직을 악용했다”며 “국민의힘은 즉시 김 후보의 경선 후보 자격을 박탈하거나 최고위원 직위에서 제명하고 징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최고위 직후 ‘100만 책임당원 돌파 기념식’을 열어 정기적으로 당비를 납부하는 책임당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것을 자축했으나 최고위원까지 가세한 공천 내홍으로 행사 자체가 빛이 바랬다.
이에 장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당과 나라의 운명이 걸려있다”며 “많은 분이 어렵다고 하지만 저는 100만 책임당원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일 인천 현장 최고위에서는 일부 참석자들이 “민심이 처참한 수준으로, 비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