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응급실 미수용과 환자 이송 지연으로 발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응급환자 유형과 중증도에 따른 맞춤형 대응 전략을 본격 추진한다. 중증 외상환자와 급성약물중독 환자 등 응급실 뺑뺑이가 반복돼 온 대표적 환자군을 중심으로 의료기관 기능을 재편하고, 이송·진료 체계를 정교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시는 중증 외상환자에 대한 신속하고 전문적인 초기 치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외상거점병원 2곳을 새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24시간 외상 응급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외상 진료 인력과 시설, 장비, 운영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해 보조사업자를 선정한다. 공모는 22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진행된다. 선정된 의료기관은 중증 외상환자 발생 시 즉각 수용해 초기 치료와 환자 안정화를 담당하며, 필요할 경우 권역외상센터로 신속히 연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시는 부산권역외상센터와의 협의를 통해 역할 분담 체계를 명확히 한다는 방침이다. 지역외상거점병원은 중증 외상환자의 초기 대응과 안정화에 집중하고, 권역외상센터는 고난도 수술과 집중 치료 등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중증 외상환자의 이송 지연과 병원 미수용을 줄이는 동시에, 권역외상센터로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는 문제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급성약물중독 환자에 대한 대응도 강화된다. 부산시는 올해 신규 사업으로 ‘급성약물중독 순차진료체계 시스템’을 도입한다. 급성약물중독 환자는 중증도 편차가 크고 정신과 진료 연계가 필요한 경우가 많아 병원 미수용과 전원이 잦았던 대표적 응급질환군이다. 이에 따라 시는 환자 중증도에 따라 중증치료기관과 경증치료기관으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이송·진료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사업에는 부산시와 부산응급의료지원단이 총괄로 참여하고, 부산소방재난본부와 지역 응급의료기관 9곳이 함께한다. 119구급대가 현장에서 환자 중증도를 분류하고,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적합한 병원을 지정해 이송하는 방식이다. 응급 치료가 끝난 뒤에는 환자 상태에 따라 16개 구·군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연계한 사후 관리도 지원한다. 중증치료기관으로는 인제대학교해운대백병원, 인제대학교부산백병원, 부산대학교병원이 참여하며, 경증치료기관으로는 고신대학교복음병원, 부산의료원, 대동병원, 동래봉생병원, 부산성모병원, 좋은강안병원이 지정됐다.
부산시는 이 같은 두 축의 정책을 통해 환자 이송 지연과 병원 미수용을 줄이고, 응급환자 유형별로 의료기관 기능 분담을 명확히 하며, 중증 환자 치료의 집중도를 높이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사업 운영 과정에서 이송과 수용, 치료와 관련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분석해 향후 부산형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 근거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응급실 뺑뺑이 문제는 단일 사업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라며 “응급환자 유형과 중증도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을 통해 응급실 미수용과 환자 이송 지연을 완화하고, 시민이 보다 신속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응급의료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