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경암 송금조 태양그룹 회장이 전 재산을 출연해 2004년 설립한 경암교육문화재단은 2005년 제1회를 시작으로 매년 인문·사회, 자연과학, 생명과학, 공학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룬 학자들을 선정·시상해 왔으며, 올해로 제21회를 맞이했다.
경암상은 고(故) 송금조 선생이 평생 근검절약으로 모은 전 재산을 희사해 마련된 상으로, 부산을 기반으로 한 전국 규모의 학술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경암상의 취지는 학술·연구·문화 활동을 통해 사회의 발전과 도약에 기여한 학자·전문가·예술가들의 업적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예우하는 데 있다. 또한 이들의 성취를 본보기로 삼아, 학문과 예술에 매진하는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학문·예술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올해 수상자 선정을 위해 경암상위원회는 전국 대학 총장·학장, 주요 학회장, 대학교수 3인 이상의 추천을 받아 총 59명의 후보자를 접수했다. 이후 각 분야별로 저명한 석학과 전문가 6~7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두 차례에 걸쳐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진행했으며, 최종적으로 경암상위원회가 전체를 심의·의결하여 분야별 수상자를 확정했다.
올해부터 상금을 부문별 각 3억 원으로 증액해 전국적인 학술상으로써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했다. 또한 해외에서 한국 학술분야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여러 학자들이 후보에 포함되며 세계적인 학술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제21회 수상자로는 경암상 취지에 부합해 각 학문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더욱 큰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네 명이 선정됐다. 자연과학, 생명과학, 공학 및 특별상에서 각각 한분의 수상자가 선정됐으며, 인문사회 부문에서는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자연과학 부문 수상자 김유수 교수(광주과학기술원 화학과)는 단일 분자수준에서 양자상태를 정밀하게 계측하고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획기적인 연구영역을 개척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STM과 광기술을 독창적으로 조합해 개별 분자의 전자 및 진동 상태를 분광학적으로 규명하는 실험 기반을 확립했고, 이를 통해 양자 에너지 변환, 계면 화학 등 기초과학의 핵심 현상에 대한 이해를 획기적으로 확장했다. 또한 이 기술이 고효율 광전자소자, 단분자 기반 양자정보처리장치, 인공광합성, 나노 광촉매 등에 응용할 수 있음을 제시하는 등 미래 융합과학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생명과학 부문 수상자 허준렬 교수(하버드 의과대학)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에 재직 중인 면역학자로서, 다양한 면역 관련 질환의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터류킨-17이라는 면역 조절물질(인터류킨)에 관한 연구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특히 장내세균이 만들어 내는 담즙산 대사물질이 인터류킨을 만드는 면역세포를 직접적으로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장내세균이 어떻게 면역 질환의 발생에 연관되는지를 명쾌하게 밝힌 바 있다. 허준렬 교수는 지금까지 이룬 독창적인 연구 업적으로 최고 수준의 연구자로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학자이다.
공학 부문 수상자 김호영 교수(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는 interfacial fluid mechanics(계면 유체역학)와 soft matter physics(연성 물질 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진 연구자이다. 그는 capillarity(모세관 현상), wetting(젖음 현상), elastocapillarity(탄성 모세관 현상) 연구를 통해 기초 물리를 정립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응용했으며,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연구를 하고 있다. 그의 논문은 Science, PNAS,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등 국제 저명 학술지에 게재됐고, 이러한 성과로 김 교수는 APS Fellow(미국물리학회 석학회원)로 선정되는 등 학문적 영향력과 기술적 임팩트를 동시에 인정받고 있다.
특별상 부문 수상자 김상배 교수(MIT 기계공학부)는 로봇공학의 학문적 발전과 기술 혁신을 동시에 이끌어온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간의 움직임을 모방한 생체모방 로봇 및 고기동 이동 시스템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해왔다. 특히 MIT Biomimetic Robotics Lab에서 개발한 ‘Mini Cheetah’를 비롯한 다양한 로봇 플랫폼은 기계공학, 전기전자, 인공지능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융합한 선도적 성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는 학계뿐 아니라 산업, 국방, 재난 대응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김 교수는 로봇기술이 인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기술의 윤리적, 정책적 방향성에 대한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왔으며, 차세대 인재 양성과 국제 협력을 통해 글로벌 로봇공학 커뮤니티의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시상식은 오는 11월 7일 부산 서면 경암홀에서 역대 수상자와 경암상위원회, 경암상 심사위원 및 학·예술계 주요 인사들을 초대해 개최한다. 각 수상자에게는 3억 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되며, 수상자만을 위한 헌정곡 연주로 특별한 축하와 감동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