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 김정은과 악수하며 “7년 만에 다시 봅니다” 金 “네, 안녕하십니까”
푸틴 “김정은에 전할 메시지 없나?”…우원식 “금강산 등에서 남북 문화교류 희망”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현지시간) 열병식 직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를 하며 ”7년 만에 다시 봅니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김 위원장은 “네, 안녕하십니까”라고 짧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제80주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및 환영 리셉션 오찬에 참석한 우 의장은 이날 베이징 톈안먼 망루(성루)에서 열병식을 참관하기 전 대기실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수인사를 나눠 깊은 대화가 오가는 자리는 아니었으나 이재명 정부 들어서 처음으로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 의장이 김 위원장과 만나면서 남북 관계 측면에서 주목받았다.
행사장에 동행한 참석자들이 전언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2018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봅니다”라고 말을 건네자 김 위원장은 “네, 안녕하십니까”라고 짧게 답한 뒤 그 외 다른 반응은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장이 김 위원장과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서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격으로 판문점에서 열린 환영 만찬 행사에 참석해 김 위원장과 함께 술을 마시며 얘기한 적이 있다.
당시 우 의장은 김 위원장을 만나 “제 아버지 고향은 황해도이고, 그곳에 저의 누님이 두 분 계신다. 어머니는 102세인데 누님들을 보고자 기다리고 계신다”, “제 아내도 함경도 단천인데 이산가족의 아픔이 있다”고 말했다고 자신의 SNS 올린 글을 통해 직접 소개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 관계는 지난 2019년 이른바 하노이 노딜 이후 악화됐으며, 특히 북한은 윤석열 정부 때인 2023년 4월부터 판문점 채널과 군 통신선 등 남북 대화 채널을 끊은 데 이어 남북을 ‘적대적인 두 개 국가’ 관계로 규정하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른바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따라서 입법 기관 수장인 우 의장이 사실상 정부 대표 격으로 방중했다는 점에서 우 의장과 김 위원장 간 이번 만남은 남북 최고위급 인사 간 접촉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국회의장실 한 핵심 관계자는 “당초 만남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는데 조우가 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중국 방문에는 국회에서 민주당 김태년·박지원·박정·홍기원 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이 동행했으나 망루 대기실에서도 삼엄한 경계가 이어지며 사진 촬영 등이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였던 관계로 우 의장을 제외한 우리 측 인사들은 행사에서 북측 인사와 따로 접촉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동행한 한 의원은 기자들과의 통화에서 “북한 측 인사와 접촉해 보려 했으나 망루나 리셉션 모두 자리가 멀어 여의치 않았다”고 전했으며, 다른 의원도 “최선희 북한 외무상 등 일행이 열병식을 참관하러 왔으나 그쪽 분위기가 아는 척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 의장은 망루에 오르기 전 대기실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당부했다. 우 의장이 시 주석과 만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지난 2월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시 주석을 만나 경주 APEC 참석 문제 등을 논의한 바 있다.
그리고 우 의장은 열병식 행사 직후 시 주석이 주재한 리셉션 행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악수를 하고,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130개 한국 기업에 관심을 가져 달라고 요청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표명하면서 우 의장에게 ‘남북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러북정상회담 기회에 김정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겠는가?’ 등등의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 의장은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기를 희망하며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일이 지금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한 뒤 올해 울산 반구천 암각화와 북한의 금강산이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것을 거론하며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금강산이나 원산 갈마 해양관광지구 등지에서 남북간 문화 교류를 하면 좋겠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하자 푸틴 대통령은 “알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의장은 오늘 중국 측 공식 카운터파트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중국의 국회 격) 상무위원장과 면담하고 이어 중국의 경제·과학기술·미래산업을 담당하는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와 만난 뒤 귀국한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