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수용체 작용제, 게임 체인저 부상
해외 빅파마, 주사제 이어 경구제도 연구
한발 늦게 뛰어든 국내 제약사들 무기는?
시장 선점 뺏겼지만 역전 가능성 충분해
한미약품·동아에스티·일동그룹 임상 나서
국내 제약사가 추진 중인 신약 연구·개발 과정을 단계별로 짚어본다. 임상 진척 상황과 주요 파이프라인의 특징을 집중 분석한다.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구도 속에서 현주소를 살피고 기술력과 경쟁력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과반이 코앞이다. 빠르게 불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하는 ‘보건산업브리프’(Vol.426)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전 세계 과체중 및 비만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42%였는데 오는 2035년에는 54%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율이 증가하면서 함께 팽창하는 곳이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이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해당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비만치료제 핵심은 GLP-1 수용체 작용제(Glucagon 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다. GLP-1의 반감기를 늘려 작용을 모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의약품이다. 2형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우수한 체중감소 효과로 비만 치료제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현재 GLP-1 유사체 작용제 계열로는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 상품명:Saxenda, Victoza),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상품명:Ozempic, Wegovy, Rybelsus), 둘라글루타이드(Dulaglutide, 상품명:Trulicity), 엑세나타이드(Exenatide, 상품명:Byetta, Bydureon) 등이 있다.
다수의 기업들은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 대비 효율적인 체중감량 및 투약 편의성 개선을 목표로 다양한 후속 치료제를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위고비’·‘마운자로’가 현재는 대명사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점하고 있는 기업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 미국명:젭바운드)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면서 2030년대 초반까지 1500억 달러(208조 1850억 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1923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글로벌 제약사다. 이 곳에서 판매 중인 위고비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비만 치료용 주사제로 체중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10월 국내에 출시됐으며 비만약 시장을 이끄는 핵심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1876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설립된 글로벌 제약사다.
GLP-1과 GIP 이중 작용제인 마운자로(Mounjaro)는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 효과를 동시에 강화한 주 1회 주사제다. 임상시험에서 평균 2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여 기존 GLP-1 단일제 보다 다른 성과를 입증하며 차세대 비만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출시됐다.
주사제뿐만이 아니다. 빅마파들은 앞다퉈 비만치료제 경구제(복용하는 약물) 시장까지 도전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주사 가능한 GLP-1 활성 성분의 알약 버전인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후기단계 시험에서 약 15%의 체중 감소를 보여줬다. 이 약물은 현재 규제 검토 중이며 올해 말에 미국 FDA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비만 또는 과체중 및 제2형 당뇨병이 있는 성인을 대상으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평가한 3상 ATTAIN-2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결과는 추후 의학 회의와 저널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일라이 릴리 최고 과학 책임자인 다니엘 스코브론스키(Daniel Skovronsky)는 “이 알약이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전례 없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국 제약사, 부스터 달고 역전 노려
글로벌 제약사들이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도 본격 참전했다. 후발 주자인 만큼 자체 후보물질과 제형 차별화 전략으로 빠른 추격에 나섰다.
먼저 한미약품은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수의 차별화된 신약 파이프라인의 진전된 연구 성과를 토대로 글로벌 진출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폭넓게 확보해 나가고 있다.
비만치료 삼중작용제(LA-GLP/GIP/GCG, HM15275)와 신개념 비만치료제(LA-UCN2, HM17321), 경구용 비만치료제(HM101460)를 연구 개발 중이다.
HM15275와 HM17321은 내년 하반기 상용화 목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혁신을 잇는 차세대 파이프라인이다. HM15275는 정밀 설계된 삼중 작용제로서 식욕 억제와 에너지 대사 촉진 기전으로 25%에 이르는 위 절제 수술을 능가하는 체중 감량 효과를 지향한다. 또한 신체의 대사 최적화 기전을 통해 근 손실을 최소화함으로써 개선된 체중감소 질(weight loss quality)까지 기대할 수 있는 한미약품의 유망한 차기 비만 신약이다.
이어 HM17321은 단순히 근손실을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근육량 증가와 지방 선택적 감량을 동시에 구현하는 비만 혁신 신약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 신약은 GLP-1을 비롯한 인크레틴 수용체가 아닌 CRF2(corticotropin-releasing factor 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UCN 2(Urocortin 2) 유사체로 한미약품 R&D센터에 내재화된 최첨단 인공지능 및 구조 모델링 기술을 활용해 설계됐다.
동아에스티 관계사 메타비아는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DA-1726(GLP-1, Glucagon 이중 작용제)의 최대 내약 용량(MTD·Maximum Tolerated Dose) 탐색을 위한 추가 임상 1상을 개시했다.
메타비아는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나스닥 상장사로 동아쏘시오그룹의 글로벌 R&D 전진기지다. MASH(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hepatitis·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DA-1241과 DA-1726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담당하고 있다.
DA-1726은 Oxyntomodulin analogue(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의 비만치료제로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이다. GLP-1 수용체와 Glucagon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식욕억제와 인슐린 분비 촉진 및 말초에서 기초대사량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체중 감소와 혈당 조절을 유도한다. 앞서 진행된 글로벌 임상 1상 파트2에서 체중 감소, 허리둘레 감소, 공복혈당 개선 등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 안전성 및 내약성을 입증했다.
일동제약그룹 신약 연구개발 회사 유노비아도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비만치료제 ID110521156은 GLP-1 수용체 작용제 계열 약물이다. 체내에서 인슐린의 합성 및 분비, 혈당량 감소, 위장관 운동 조절, 식욕 억제 등에 관여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ID110521156은 기존의 대표적 치료제인 펩타이드 소재의 주사제에 비해 우수한 생산성과 사용 편의성 등 뚜렷한 차별점을 지니는 저분자 화합물 기반의 경구용(먹는) 합성신약 후보물질이다.
유노비아는 ID110521156의 안전성과 내약성, 약동학·약력학적 특성을 평가하는 임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임상1상 단회투여 용량상승 시험(SAD)을 완료하고, 현재 후속 연구인 반복투여 용량상승 시험(MAD)을 진행 중이다.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비만과 당뇨 등을 겨냥한 대사성 질환 신약 후보물질 ‘ID110521156’과 관련한 연구 성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학회 기간 동안 유노비아는 ID110521156에 대한 임상1상 단회투여 용량상승 시험과 반복투여 용량상승 시험의 간이 결과 및 관련 데이터 등을 토대로 주목할 만한 점을 포스터 형식으로 발표했다.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단기적으로는 해외 빅파마가 주도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국내 제약사들의 치료제가 환자 편의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고도비만 환자 증가와 글로벌 시장의 폭발적 성장 가능성으로 비만치료제를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향후 GLP-1 계열 신약의 국산화와 복합제 개발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와 차별화하며 해외 시장 진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CNB뉴스=이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