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묵직한 대화면 ‘폴드’, ‘아저씨폰’으로 불려와
예쁜 디자인으로 ‘폰꾸족’ 잡은 플립에 인기 밀려
신작 폴드가 일으킨 돌풍…사전판매서 플립 앞서
비결은 얇아지고 가벼워진 극한의 다이어트 성공
“대한민국은 IT강국”이란 말은 이제 잘 쓰지 않습니다. 당연하게 여기는 이유가 가장 클 텐데요.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산업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세계에 이름을 날려 왔습니다. 날로 고도화되는 기술,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결과물에는 반드시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IT 이야기’, 줄여서 [잇(IT)야기]에서 그 설을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언제는 아니었겠냐마는, 요즘 다이어트 열풍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 제약회사가 개발한 비만치료제 때문인데요. 고된 운동이나 강박적인 식단조절 없이, 쉽게 살을 뺄 수 있다고 입소문을 탄 게 계기였습니다.
하지만 효과만큼이나 그림자도 있습니다. 울렁거림 같은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건데요. 그런데도 찾는 사람은 늘고 있습니다. 방송에 출연해 이 약의 효험(?)을 봤다고 고백하는 이도 있었고요. 그럴 때마다 나오는 주위의 반응은 한결같습니다.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경탄의 눈길이 예서 제서 쏟아집니다.
감량 성공한 갤럭시 Z 폴드7
이렇듯 갑자기 날씬해지면 주변의 시선을 모읍니다. 사람뿐 아니라 전자기기도 마찬가지인데요. 25일 출시된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중 하나, 갤럭시 Z 폴드7은 달라진 외모로 화제가 됐습니다. 몰라보게 얇아졌기 때문인데요.
폴드는 책처럼 가로로 접는 형태입니다. 그러니 접었을 때 아무래도 두꺼울 수밖에 없습니다. 두 대의 스마트폰을 겹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2019년 처음 공개된 갤럭시 폴드 1세대의 두께(접을 경우)는 17.1mm입니다. 손에 쥐거나,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이죠.
이런 약점은 펼치면 드러나는 대화면이 상쇄했습니다. 다소 크고 무겁더라도 시원하게 보는 맛이 좋다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은 겁니다. 특히 이 분들, ‘아저씨’들이 열광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갤럭시 폴드에는 초기부터 ‘아재폰’이라는 수식어가 뒤따르게 됐습니다.
초기보다 절반가량 얇아진 두께
이후 나온 모델들은 다이어트를 거듭했습니다. 두 물체를 연결해 접고 펴게 만드는 힌지(경첩) 기술의 혁신을 통해서 점차 화면을 붙게 만들었습니다. 힌지 구조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회전 반경을 줄였고요. 풀어 말하면, 물체를 연결하는 기둥 쪽이 좁아도 부드럽게 여닫히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겁니다.
그 결과 두께는 Z 폴드2 16.8mm, 폴드3 16mm, 폴드4 15.8mm, 폴드5 13.4mm, 폴드6 12.1mm로 점점 줄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나온 Z 폴드7은 8.9mm로, 초기 모델의 절반 수준으로 얇아졌습니다. 문자 그대로 반쪽이 된 거죠. 두께가 8.2mm인 갤럭시 S25 울트라와 비슷해졌습니다. 감량에도 성공했는데요. 1세대 276g에서 215g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이제 부한 ‘아재’ 이미지에서 완전히 멀어진 셈입니다.
드디어 플립 판매량 뛰어넘어
그동안 서러웠을 겁니다. 늘 나란히 공개되는 Z 플립과 비교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데요. 폴드가 ‘아재폰’ 소리듣는 사이, 역설적으로 플립 시리즈는 예쁜 디자인으로 선호도가 높았습니다. 판매량도 플립이 높았고요. 아시다시피 플립은 세로로 접는 형태라 작고 아기자기 합니다. 시원시원한 폴드와는 반대죠. 거리에서 플립을 액세서리처럼 가방에 달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보셨을 겁니다. ‘폰꾸’(스마트폰 꾸미기)에 최적화된 플립은 ‘폰꾸족’의 꾸준한 선택 속에 인기 가도를 달려왔습니다.
그간 인기도에서 밀려온 폴드가 이번에 반전드라마를 썼습니다. 극한의 다이어트에 성공한 덕분인데요. 처음으로 플립을 역전했습니다. 삼성전자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간 진행한 ‘갤럭시 Z 폴드7·Z 플립7’ 국내 사전판매에서 폴드7이 60%의 비중을 보이며 플립7을 앞선 겁니다. 전작은 반대로 폴드 비중이 40%였습니다.
끝으로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몰라보게 날씬해졌어도 갤럭시 Z폴드는 여전히 남성 선호도가 높습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갤럭시 Z 폴드7의 전체 예약 구매자 중 약 83%가 남성 고객이었습니다. 갤럭시 Z 플립7은 여성 고객이 59%의 비중을 차지했고요. 이렇듯 남성들의 더욱 강력해진 지지가 갤럭시 Z 폴드7의 역전을 이끌었습니다. ‘아재폰’이란 별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더 끈끈한 사이가 됐지만 아무렴 어떻겠습니까. 마침내 이겼는데요. 방송인 추성훈 씨의 말을 옮기며 이번 [잇(IT)야기] 마치겠습니다. “아죠씨(아저씨) 무시하지마!”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