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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읽기] 민주주의 핵심 키워드는 ‘관용’과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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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구병두기자 |  2025.07.25 10:37:37

여야, 당파 경쟁 넘어 진보·보수 극한 대립
권력 잡은 쪽은 경쟁자에 ‘관용·자제’ 해야
최후 보루는 ‘언론’…여론 기능이 독재 견제

 

 

구병두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민주주의는 여태껏 존재했던 다른 어떤 정치 시스템보다 가장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말은 다수결의 원칙을 따르므로 절대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항상 다수가 소수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것이 아닐 때도 있다. 다수결의 원칙은 때로는 합리성을 과장한 폭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절대적인 정치제도는 아닐지라도 수많은 경험을 통해서 다른 정치제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 검증되었다.

세계에서 대통령제를 가장 먼저 실시한 나라는 미국이다. 그 시기는 1789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대통령제도의 깊은 역사만큼이나 민주주의가 가장 앞선 나라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의 공동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대니얼 지블랫(Daniel Ziblatt)에 따르면 미국이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을 ‘상호 관용’과 ‘자제’ 규범을 꼽는다. 이 규범을 통해 미국은 튼튼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의 기반을 이뤘다고 역설하고 있다.

여기서 상호 관용은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관용(寬容, tolerance)은 남의 잘못이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그런 용서를 말한다. 자제(自制, self-control)는 감정이나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 관용과 자제는 대통령제하에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 규범이자 덕목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선출된 지도자가 경쟁자(rival)에게 관용으로 대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력과 권한을 자제하지 못하고 국민과 언론을 공격하면 민주주의는 순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헌법 시스템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견제해야 한다. 입법부와 사법부는 필요한 시점에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해야 하며, 한편으로는 입법부와 사법부는 행정부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이들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가 서로에게 주어진 권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 자제의 규범이 무너지고 권력 균형도 깨지게 된다. 정당 간 혐오가 헌법 정신을 지키려는 정치인들의 의지가 압도할 때 견제와 균형 시스템은 두 가지 형태로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먼저 야당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면서 권력이 분열되었을 때 헌법적 강경 태도가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국면에서 야당은 그들의 제도적 특권을 최대로 활용하려 할 것이다. 정부의 예산 심의 권한, 대통령의 사법부 임명 거부, 대통령 탄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역으로 여당이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게 되어 권력이 집중될 때 강경 태도가 아니라 상호 관용과 자제 규범의 포기가 위험 요인이 된다.

정당 간의 적개심이 너무 지나쳐 상호 관용의 규범을 압도할 때 의회를 장악한 여당은 헌법적 의무보다 대통령의 권력 강화에 집중한다. 그러기에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권력기관이 그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행정부 관료와 의회지도자 그리고 대법관은 막대한 권한을 부여받았기에 아무런 제약 없이 권력을 행사하게 되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유럽 어느 국가의 국회 모습. 회의 자리가 원탁 형태라 여야가 균등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행정부의 권력이 막강할 때 대통령은 입법부와 사법부를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 대통령제에서는 헌법이 보장하는 그 권한은 막대함으로 대통령의 자제 규범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막강한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언론이 제 기능과 역할을 한다면 대통령은 독단적으로 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언론과 언론인이 민주주의의 파수꾼 기능과 공정하고 정의로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대통령의 횡포도 막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상호 관용과 자제의 규범이 허물어지는 과정 이면에는 당파적 양극화가 있게 마련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사반세기에 걸쳐 민주당과 공화당은 경쟁 관계를 넘어서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으로 완전히 갈라섰다. 또한 정당 지지자들의 인종, 종교, 지역은 물론 심지어 삶의 방식에 따라서 뚜렷이 나눠진 상태다. 이제 미국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지지한다는 말은 단지 정치 성향만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까지도 드러내는 것이 되었다는 우려가 적잖다.

민주주의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 여론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선출된 지도자에게는 여론의 지지는 중요한 무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선출된 지도자의 지지율이 높을 때 비판자들은 여론의 흐름을 의식하게 되며, 언론 기사는 한층 부드러워지고, 재판부는 가급적 행정부에 유리하게 판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야당은 사사건건 반대만 하다가는 되레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신중하게 처신하게 된다. 반대로 지지율이 낮을 때에는 언론과 야당은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재판부 역시 행정부에 불리한 판결을 과감히 내리게 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충성 지지자 집단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

민주주의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막강한 권력을 서로 견제하여 균형을 이룰 때 존속되고 유지된다. 이러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특히 막강한 권력과 권한을 가진 대통령은 경쟁자에게 ‘상호 관용’과 ‘자제’ 규범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상호 관용과 자제 규범은 민주적인 지도자의 핵심 가치이자 덕목이기에 더욱 그렇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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