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지명 한달 만에 ‘자진 사퇴’…20년 ‘의원 불패’ 깨져
“대통령께 죄송, 당에 부담 지워…성찰하며 살아가겠다”
국힘, 의원직 사퇴 촉구…국회 윤리위원회 제소 예고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관 갑질 및 거짓 해명’ 논란 끝에 결국 자진사퇴 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강선우 의원에 대해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면서,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강 의원은) 줄곧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거짓 해명에 급급하다가 끝내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없이 도망치듯 사퇴했다”며 “보좌진에 대한 변기 수리 지시, 사적 심부름 강요 등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본다”고 했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사적 노무 요구 금지라고 하는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을 정면으로 위반한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선우 후보자는 지난달 23일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꼭 한달 만인 23일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강 후보자의 낙마는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로는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로, 지난 2005년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현역 국회의원이 낙마해 ‘의원 불패’ 신화가 깨진 것이다.
강 후보자는 이날 오후 자신의 SNS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저로 인해 마음 아프셨을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 잘해 보고 싶었으나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면서 “저를 믿어주시고 기회를 주셨던 이재명 대통령님께도 한없이 죄송한 마음뿐이며, 함께 비를 맞아줬던 사랑하는 우리 민주당에도 제가 큰 부담을 지워드렸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 후보자는 “이 순간까지도 진심으로 응원해 주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의 마음을 귀하게 간직하겠으며, 큰 채찍으로 감사히 받아들여 성찰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보좌관에 대한 갑질 의혹이 제기됐으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도 거짓말을 했다는 논란까지 불거진 것은 물론, 여기에 더해 전임 여가부 장관으로부터 이른바 ‘예산 갑질’ 주장도 나오는 등 논란이 확산돼 야당인 국민의힘은 물론, 진보 정당과 친여권 시민사회단체까지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보내달라고 요청하면서 강 후보자에 대한 임명 수순에 들어갔으나 강 후보자를 둘러싼 비판과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재송부 시한을 하루 앞둔 이날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가 오늘 오후 2시 30분께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사퇴 의사를 전해 왔고, 강 비서실장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뒤 1시간가량 지난 뒤 강 후보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사퇴의 뜻을 밝혔다”면서 “이 대통령은 강 비서실장의 보고를 받은 후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해당 보고 외에도 이 대통령과 강 후보자 사이에 거취 관련 소통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저로서는 확인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제가 알기로는 방금 소개한 보고 과정이 전부인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으며, 이어 “저도 강 후보자의 사퇴 의사를 사전에 몰랐고, 우상호 정무수석도 특별히 이 사안을 두고 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상의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대통령실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조속히 찾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사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검증을 꼼꼼하고 엄밀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철저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조속함과 동시에 엄정함을 갖추고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야는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강 후보자의 결단에 감사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사퇴문에는 무려 1000개가 넘는 응원의 댓글이 달린 반면, 국민의힘은 ‘만시지탄’이라며 이 대통령과 민주당도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인 박찬대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강선우 의원님 결단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으며, 정청래 의원은 “강 후보자 자진 사퇴가 안타깝지만, 강 후보자의 결단을 존중한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텐데,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위로했다.
그리고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은 “안타깝지만,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의원으로 의정활동에 전념해 국민과 강서구민을 위해 더 큰 일을 하시길 기도한다”면서 “DJ는 정치나 인생이나 시련이 오지만, 좌절하지 말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성찰하며 전진하라고 하셨다. 힘내라. 우리가 있잖느냐”고 강조했다.
그리고 강 후보자가 사의를 밝힌 SNS에는 게시 약 2시간 만에 “우리는 저것들 하고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 “조국 장관 때처럼 침묵이 더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또 한 명이 희생되는 것에 마음 아프다”, “저들에게 또 당하다니, 이렇게 포기하시면 안 된다”, “강선우 잘못한 것 없다. 힘내라” 등등 1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 후보자는 애당초부터 국민 눈높이에도, 공직 기준에도 턱없이 부족한 인사였다. 보좌진 갑질, 병원 갑질, 예산 갑질, 교수 시절 무단 결강 등 지금까지 드러난 논란만으로도 진작 물러났어야 마땅하다”면서 “하지만 버티기로 일관하다 지도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자 마지못해 물러난 형국이다. 그 진정성에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비난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