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는 아세안 최대 의약품 시장
할랄 벨트 공략 위한 교두보이기도
국내 제약사들, 현지 시장 진출 박차
정부도 소매 걷어…진출지원단 보내
기존 항로를 재조정해야할 때다. 한국 기업들이 신시장 개척이란 과제에 당면했다. 자국 우선 주의를 내세운 미국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를 높이고 있고, 대립각을 세운 미·중 사이에서 중국 이외의 다른 선택지인 제3세계를 발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눈 밝은 기업들은 서둘러 다른 지대로 속속 방향타를 돌리며 성공적인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황금의 땅, 엘도라도를 찾을 수 있을까? <편집자주>
파머징이란 제약(Phamacy)과 떠오르는(Emerging)의 합성어다. ‘파머징 마켓’은 선진국의 제약 시장보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인건비 등이 저렴해 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신흥 제약 시장을 의미한다.
아세안에서는 세계 4위 인구대국 ‘인도네시아’가 유망 국가로 꼽힌다. 아세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약품 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슬림 국가의 인구 증가 등으로 전세계 약 19억명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할랄 벨트’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중시되고 있다. 인니 시장은 음식, 화장품, 의약품 등의 제품이 이슬람 율법을 준수해 생산·가공됐음을 확인하는 ‘할랄 인증’을 요구하는 흐름에 부응하기 위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KOTRA ‘2025년 인도네시아 의료산업 정보’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의약품 자급화 지원 정책을 강화함에 따라 국내 제약 업계는 수출뿐만 아니라 현지 제약사와의 합작법인 설립, 생산시설 구축, 기술 이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하거나 도전하고 있다.
할랄 벨트에 공략 나선 국내 제약 업계
인도네시아에서 의약품을 유통과 판매하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갖춘 현지회사와 협력해야 한다. 또 5년 이내에 해당 의약품의 기술 이전을 통해 현지에서 제조할 수 있도록 서면 승인을 얻어야 하는 등 진입 장벽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 업계는 인도네시아 시장에 보툴리눔 톡신, 혈액제제, 항암제, 면역항암제, 진통제 등 다양한 제품군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파머징 시장인 인도네시아와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며 파머징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먼저 종근당은 인도네시아의 성장 가능성을 빠르게 인지 후 동남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 있다. 종근당은 인도네시아 제약사인 OTTO와 합작법인 CKD-OTTO를 설립 후 현지에 항암제 공장을 준공해 운영 중이다. 생산기술과 운영시스템을 이전해 항암제와 면역억제제 등 전략 품목을 공급 및 판매하고 있다. 이 공장은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GMP 승인을 받았으며, 할랄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이어 휴젤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레티보’ 론칭 행사를 진행했다. 보톨리눔 톡신은 일반적으로 ‘보톡스’로 알려져 있으며 의료와 함께 미용 목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휴젤은 동남아 시장에서의 수요가 높아짐과 동시에 인도네시아 출시 기념행사를 열고 레티보를 활용한 부위별 시술법, 시술 트렌드 등을 소개했다.
GC녹십자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인도네시아에 혈액제제 플랜트 공장을 설립 중이다. 인도네시아 보건복지부로부터 혈액제제 플랜트 건설 및 기술 이전과 관련한 사업권을 승인 받았으며, 이어 인도네시아 적십자·제약사와 3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지씨셀도 인도네시아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고, 글로벌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줄기세포치료제 선도기업 비파마와 ‘이뮨셀엘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고 비파마 생산과 품질관리팀에 대한 기술이전을 진행 중이다. 이뮨셀엘씨는 환자 혈액에서 추출한 면역세포를 배양해 만든 항암 세포치료제다. 국내에서 간암 수술 후 항암제로 허가를 받았다. 더불어 최근에는 비파마와 함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현지에서 지씨셀의 항암 면역세포치료제 기술이전과 처방 경험 그리고 임상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심포지엄도 진행했다.
정부, 인도네시아 진출 적극 지원
KOTRA ‘인도네시아 제약산업 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의료 시장은 2021~202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5.5%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인도네시아 의료 시장은 피부미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관련 클리닉과 서비스가 성장하고 있다.
에스테틱 의료기기 및 피부관리를 위한 제품들의 수요가 장기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병원 및 의사의 수가 부족한 점과 접근성 문제가 있는데, 이와 관련해 다양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유망한 시장이다. 원격진료과 원격처방뿐만 아니라 진료기록을 데이터화 하는 등 의료 서비스 관련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이 가능한 시장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도 국내 제약사들이 인도네시아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국내 제약기업 관계자와 함께 민관 합동 진출지원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진출지원단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열린 2024 인도네시아 메디컬 로드쇼와 연계해 한-인니 합동 의약품 심포지엄, 국장급 양자 회의 등을 진행하고 양국 관계부처와 기업 간 다양한 교류 기회도 마련했다. 특히 한-인니 합동 심포지엄에서는 양국 의약품 산업 현황을 공유하고 국내 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 분야 첨단기술 개발 동향을 소개했다. 더불어 국내 규제체계의 선진성과 제약산업의 우수성을 알리고 양국 의약품 분야 관리체계를 공유해 협력 방향을 모색했다.
진출지원단 단장 김상봉 의약품안전국장은 “인도네시아 방문이 양국 정부와 민간의 협력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하고 국내 우수한 식의약 제품이 인도네시아 시장으로 활발히 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인 규제외교를 추진해 다양한 국가와 협력 범위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CNB뉴스=이윤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