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성기자 |
2025.03.12 15:04:07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면서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는 MBK를 이끌고 있는 김병주 회장을 오는 18일 열리는 긴급 현안 질의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 회장은 현재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국회 출석 여부가 주목된다.
정무위원회는 12일 전체회의를 열고 김 회장을 포함해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 등 5명을 오는 18일 긴급 현안 질의에 부르기로 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바 있다. 앞서 MBK는 회생 절차 신청 직전까지 개인과 기업 등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어음(CP) 등을 팔았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면서도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손실을 보고, 금융권과 입점사, 개인 피해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무위는 김 회장을 대상으로 홈플러스 사태 관련 배임 행위 여부를 집중적으로 질의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으로는 김 회장이 외국인이라는 점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 뿐 아니라 MBK에는 실제 외국 국적을 보유한 이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MBK 법인 등기에 따르면 김 회장은 외국시민권을 가진 외국인이다. 김 회장은 MBK의 투자심의위원회 의장으로, 투심위 위원 가운데 최고의 핵심 권리인 '비토권(거부권)'을 유일하게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인 김 회장이 사실상 가장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MBK 대표 업무 집행자인 부재훈 부회장 역시 외국인이다. 부 부회장 역시 CEO로서 MBK의 투자 결정 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것으로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시민단체 연금행동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국민연금이 1조 5500억원을 출자하는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중 하나로 MBK를 선정한 데 대해 우려감을 드러내며 "유독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선정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온통 의문투성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MBK를 둘러싼 '검은머리 외국인' 논란과 함께 수익 대부분이 중국과 중동 등 해외로 유출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와 관련 “우리가 늘 문제 삼는 게 M&A에서 알짜 자산을 매각하고, 또 과도한 구조조정을 해서 기업 가치를 올리고 그 이익 대부분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해 MBK가 지난해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MBK의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해 애초 법적으로 불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아연에 대한 인수 시도가 '외국인 투자'의 일환이며, 국가핵심기술 및 첨단전략기술 등을 보유한 국가기간산업의 인수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국회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정무위 관계자가 MBK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 회장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국회 상임위원회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었지만 실제 출석한 적은 없다. 지난해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토종 사모펀드라는 점을 강조해 놓고, 정작 우리나라 기업인으로서의 책임을 묻는 자리는 외국인이라는 점을 이용해 피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11일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조사4국이 비정기(특별) 세무조사를 담당하는 부서라는 점에서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논란이 됐던 김병주 회장의 역외 탈세 의혹 등을 비롯해 MBK의 각종 자금 집행과 세금포탈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