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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읽기] 한순간의 말실수...알고보니 '숨겨진 뇌'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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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구병두기자 |  2025.03.07 12:18:54

많은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한 정치인이 초청된 어느 조찬 간담회에서 예기치 않은 말실수로 인하여 매스컴에서는 난리를 떨기도 한다. 심지어 당선이 유력시되는 후보나 가만히 있어도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좋은 평판을 받는 전도유망한 정치인이 한순간의 말실수로 정치생명이 끝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말실수를 한 장본인조차도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그런 말실수를 하게 되는가?

 

이에 대해 하버드 대학교 심리학과 마자린 바나지(Mahzarin Banaji) 교수는 무의식적인 편견, 즉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미묘한 인지 오류를 연구한 바 있다.

 

그녀의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공정하고, 올바르며, 현명하게 행동하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본래 의도한 것과 일치하지 않았다. 실험 참가자들은 의도한 어떤 행동을 하려고 했으나 결국 다른 행동을 하게 된 것이다. 이상하게도 심리 테스트가 의도와 행동이 불일치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전까지 실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편향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일찍이 프로이트(Freud)는 인간의 정신세계를 의식 세계와 무의식 세계로 구분하였으며, 인간 행동의 대부분은 무의식 세계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무의식이 아무런 명확한 원인이 없는 행동들을 설명하는 데 너무 쉽게 사용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프로이트는 자신의 이론을 실험적으로 측정한 적이 없으며, 환자들과의 면담 과정에서 기록한 자료에 근거하여 자신의 이론을 편 것이라 비판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특히 이상 행동은 무의식의 통제를 받는다는 프로이트를 대놓고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래픽=연합뉴스) 

한편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심리학자 샹커 베단텀(Shanker Vedantam)은 인간들의 치명적인 실수에 대해서 심도 있게 연구하였다. 그 연구는 바로 ‘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는가?’라는 문제 제기에서 출발하였다.

 

그에 따르면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은 자신들의 편향을 원래 의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수는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기치 않은 데에서 툭 튀어나온다고 한다. 이를 무의식적 편향(unconscious bias)이라고 한다.

 

정신분석학자들에 따라서 무의식, 잠재의식, 암시성(the implicit)이라고도 한다. 베단텀은 포괄적인 개념으로 숨겨진 뇌(hidden brain)라고도 명명하였다. 그는 숨겨진 뇌의 활동에 공통적인 것이 있다면 일을 하면서도 겸손하게 자신을 숨긴다는 것이다.

 

베단텀은 사람들이 무의식적 편향 때문에 판단에 중대한 실수를 범하고도 결국 자신들이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확신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의식적 편향을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존재하는 무의식적 편향들이 놀라울 정도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를 실제 생활에서 찾으려고 했고, 그것은 삶 구석구석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심리학자 앤서니 그린왈드(Anthony G. Greenwald)에 따르면 숨겨진 뇌는 일정하게 함께 마음속에 나타나는 개별적인 것들에 주목한다. 그 개별적인 것들은 서로 연상(聯想)시킨다. 우리가 하나의 사물을 볼 때마다 숨겨진 뇌는 다른 것을 떠올린다. 쓰레기를 폐기장 및 혐오스러움과 연관시키기도 하고, 살인자를 악마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그는 백인의 이름들을 불쾌한 단어들과 연관시키는 것은 꽃을 불쾌한 단어와 연관시키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했다. 이는 곧 숨겨진 뇌는 마치 백인의 이름은 긍정적인 개념과 동일시하고 흑인의 이름은 부정적인 개념과 동일시하는 것과 같다. 인종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숨겨진 뇌에 의해서 판단하기에 백인은 긍정적 개념, 흑인은 부정적 개념으로 인식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보편적으로 가장 높은 인종 편향을 가진 선거구들은 보수주의자들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고, 가장 낮은 인종 편향을 가진 선거구에서는 진보주의자들에게 투표하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종 편향은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한 가지 요소일 뿐이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선거철이 되면 후보자들은 철새처럼 어김없이 유권자들을 찾아온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자들이 베단텀의 이론에 따라 행여 숨겨진 뇌를 통하여 불쑥 내뱉는 말실수로 후보자 본인이 낭패당하는 일은 물론이거니와 무고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안겨주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까닭은 왜일까? 필자 또한 후보자의 숨겨진 뇌를 통해 예기치 않게 튀어나온 말실수로 스트레스를 받을까 두려움을 느끼는 요즈음이다.

 

*구병두((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전 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주)테크큐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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