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희기자 |
2025.02.18 11:20:57
부산시와 지하사고조사위원회가 지난해 9월 21일 발생한 사상~하단선 도시철도(2공구) 주변 지반침하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공사 과정에서 적용된 차수공법이 연약지반에 적절하지 않았고, 사고 당일 쏟아진 폭우로 지하수가 유입되면서 땅꺼짐 현상이 가속화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발생한 새벽로 86, 87 일원은 지반이 약한 지역으로, 이를 고려해 ‘H-Pile+(목재, 강재) 토류판’을 설치하고, ‘P.C.F(∅1000) 차수공법’을 적용해 공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실트질 모래층이 깊은 이 지역에 해당 공법을 사용하면 차수재(지하수 유입을 막는 재료)가 흙막이 틈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고, 차수공법 자체의 품질을 완벽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고가 발생한 날, 부산에는 379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다. 인근 이중천에서 넘친 물이 유(U)형 측구를 타고 흘러들어오면서 지하수가 빠르게 유입됐다. 특히, 측구가 오래된 탓에 손상되면서 지하수가 더 많이 새어 나와 땅꺼짐을 가속화했다.
이 과정에서 차수공법이 시공되지 않은 목재 토류판 구간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지하수와 함께 토사까지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결국 토류판이 무너졌고, 굴착 구간 양쪽으로 빈 공간이 생기면서 지반이 주저앉았다.
이후 지하 모래층에서 세굴(물에 의해 토사가 깎여 나가는 현상)이 발생했고, 흙막이 구조물의 차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땅꺼짐이 점점 확산됐다. 특히, 굴착된 땅 위쪽과 아래쪽의 수압 차이가 커지면서 구조적으로 취약했던 1·2공구 구간 전체에서 토류판이 유실돼 사고 규모가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사고조사위원회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반침하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우선, 사고가 발생한 구간뿐만 아니라 같은 공법이 적용된 전 구간을 대상으로 「지하안전법」에 따른 지반침하위험도평가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추가적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저지대 침수 지역을 분석하고, 지표면까지 차수공법을 적용하는 등 보강 조치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지하수 누수가 심한 구간에는 기존보다 차수 성능이 뛰어난 공법을 적용해야 한다. 또한, 공사 현장의 계측 관리가 더욱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토질 전문가가 직접 계측과 분석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고 발생 지역의 특성을 분석한 뒤, 자동화 계측 시스템을 도입해 굴착 구간의 변형을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굴착 작업이 진행될 때마다 승인기관에 보고해 흙막이 벽체 변형을 최소화하고, 공사가 끝날 때까지 정기적으로 CCTV 점검과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를 시행해야 한다는 권고도 나왔다.
민순기 부산시 도시공간계획국장은 “이번 사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교통공사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신속히 조치하겠다”며 “지난해 8월 발생한 1공구 사고조사 결과와 함께 종합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준공까지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