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혜영기자 |
2025.02.07 16:42:07
경상국립대학교는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김윤희 교수 연구팀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승협 교수, 일본 규슈대학교 치하야 아다치(Chihaya Adachi) 교수 연구팀과의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붕소계 다중 공명 기반 열 활성화 지연형광(MR-TADF)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을 자랑하는 진청색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OLED 기술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고효율과 긴 수명을 유지하면서도 색 순도가 높은 발광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특히 청색 OLED 소자는 그동안 효율, 수명, 색 순도라는 세 가지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에 연구팀은 최근 각광받는 차세대 발광체인 붕소계 MR-TADF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 소재는 뛰어난 색 순도 구현의 장점이 있지만, 최적의 특성을 구현하려면 분자구조를 매우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특성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은 계산 화학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컴퓨팅 자원과 시간이 소요되며, 고난도의 소재 합성과 실험을 통한 최적화가 필요해 MR-TADF 연구의 큰 어려움으로 작용해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했다. 머신러닝은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최적의 패턴을 찾아내는 강력한 도구로,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연구팀은 붕소계 MR-TADF 소재들이 유사한 화학구조로 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QSPR (Quantitative Structure-Property Relationship) 모델링 기법을 적용했다. QSPR 모델은 생물학, 화학, 공학 분야에서 화학구조와 예측하고자 하는 물성 특성 간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수학적 모델로, 연구팀은 이 기법을 통해 국제학술지(SCIE)에 보고된 400여개 이상의 MR-TADF 화학구조와 그들의 광 물리적 특성을 분석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해 최적의 예측 모델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자구조를 신속하게 평가하고, 최적의 광-물리적 특성을 가진 분자를 설계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연구팀은 ‘ν-DABNA-O-xy’라는 새로운 MR-TADF 분자를 개발했으며, 이를 적용한 진청색 OLED 소자는 최대 외부양자효율 41.3%를 기록하며 세계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이는 효율면에서 현재 상용화된 진청색 OLED 소자의 성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OLED 기술의 상용화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에 중요하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OLED 기술의 발전에 중요하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넓은 색 영역의 디스플레이 구현을 위한 진청색 분자구조 설계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윤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머신러닝을 활용한 OLED 분자구조 설계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며, “이러한 접근법은 MR-TADF 소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OLED 유기재료의 설계와 개발에도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경상국립대학교의 천형진 박사(현 김윤희 교수 연구실)와 규슈대학교 김형석 박사(현 삼성디스플레이)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한국연구재단 램프(G-LAMP) 사업과 글로벌형 중견연구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진청색 OLED 효율의 진보: 머신러닝 기반 다중 공명 TADF 분자 설계 탐구’라는 제목으로 지난달 2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