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예성기자 | 2025.01.17 14:33:20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는 영풍이 환경오염 이슈로 인해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로부터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에도 뚜렷한 환경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 등 환경 개선 의지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영풍은 대법원에서 환경오염에 따른 조업정지 2개월이 확정됐음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로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조업정지 처분 10일은 황산가스 감지기 7기의 경보기능을 끄고 조업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약 2년 전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청(NBIM, Norges Bank Investment Management)은 영풍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영풍 석포제련소가 중금속 발암물질인 카드뮴 오염수 등을 불법 배출하는 등 하천과 토양, 대기 등 인근 지역의 환경을 지속해서 오염시켰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NBIM 윤리위원회 측은 “영풍이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거나, 환경오염을 일으킬 위험을 안고 있는 만큼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 글로벌(GPFG, The 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의 투자 목록에서 제외할 것을 권장한다”며 “영풍 석포제련소는 오랜 기간 환경오염과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최근 연구에서도 오염이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GPFG는 노르웨이 정부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레퍼런스로 삼는 몇 안 되는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GPFG의 기금운용 방향에 대해 권고하고 1차로 결정하는 NBIM은 무기 생산 및 환경오염 등과 관련한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일찌감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려한 책임투자 원칙을 세워 적용하고 있다.
NBIM 윤리위원회는 영풍 지분 0.24%를 보유한 GPFG가 투자 목록에서 영풍을 제외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영풍에 환경오염과 개선 등에 대한 질의를 했으나 어떤 답변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NBIM 윤리위원회 측은 당시 “영풍은 윤리위원회 평가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회사가 응답하지 않음에 따라 윤리위원회는 영풍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관행을 시정할 의지가 있다고 판단할 만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공개적으로 투자 목록에서 영풍을 제외한다고 밝힌 이후 영풍의 기업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약 2년 전 영풍의 시가총액은 약 1조 2000억원이었으나 현재 시가총액은 7000억원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 기간에도 영풍의 환경오염은 계속됐고 이에 대한 눈의 띄는 개선책도 내놓지 못한 채 환경오염 적발과 제재는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실적마저 적자를 거듭하는 등 경영에 있어 궁지에 몰리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M&A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제기되고 있다.
환경단체 관계자는 “영풍이 지금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가 아니라, 낙동강 인근 지역민들을 위한 환경개선과 사업 정상화에 자금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