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영풍 석포제련소가 폐수 무단 배출로 조업정지 58일이 확정됐지만, 영풍을 둘러싼 환경오염 논란이 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법원의 조업정지 확정 판결 직후 황산가스 감지기를 끈 채 조업한 사실이 적발돼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고, 카드뮴 오염수 누출·유출로 전현직 경영진의 재판도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내건 개선 조건을 모두 이행하지 못할 경우, 제련소 폐쇄 수순을 밟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번 환경부와 경상북도의 행정처분에 따른 조업정지 기간은 오는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총 58일간이다.
2019년 4월 환경부 중앙기동단속반에 의해 낙동강에 폐수를 무단 배출하고 무허가 배관을 설치한 사실 등이 적발된 지 약 5년 8개월 만이다. 이 기간 영풍은 지속해서 조업정지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했으나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면서 조업정지가 확정됐다.
지역 시민단체인 안동환경운동연합은 대법원 판결 이후 성명서를 내고 “제련소를 운영해 온 지난 반세기 동안 온갖 불법과 환경범죄 행위에 대한 처분에 대해 반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환피아’를 동원해 문제를 축소 은폐하거나 대형 로펌을 통한 소송으로 일관해 오던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 사법정의를 보여 준 지방법원과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업정지 58일이 확정됐으나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게 지역 시민사회와 정치권의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조업정지가 확정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황산가스 감지기 7기를 끄고 조업한 게 적발돼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받았다. 석포제련소가 끈 감지기 중에는 아예 고장 난 기계도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영풍 석포제련소는 중금속인 카드뮴을 과다 배출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의 임이자 국회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지방환경청은 수시 검사를 통해 석포제련소 혼합시설 3곳에서 기준치를 넘는 카드뮴이 공기 중으로 배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기준치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카드뮴을 대기에 배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카드뮴 배출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심각한 환경 파괴 행위 중 하나로 꾸준히 지목돼 왔다.
현재 영풍 전현직 임원 7명은 카드뮴 등 중금속을 1064회 누출 및 유출해 낙동강을 오염시킨 혐의로 2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열린 1심 재판에서 7명 모두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재판부는 “현재 석포제련소에서 끊임없이 카드뮴 등 유해 물질이 방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카드뮴 불법 배출로 2021년 환경부로부터 281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전례가 있다. 앞서 2019년 환경부는 특별단속 결과, 영풍 석포제련소가 무허가 지하수 관정을 52개 운영하고 있고, 이 가운데 30개 관정에서 카드뮴이 초과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공장 내부에서 유출된 카드뮴이 공장 바닥을 통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결국에는 낙동강으로까지 유출되고 있음도 확인했다.
영풍이 석포제련소를 지속해서 운영하려면 2022년 환경부와 약속한 103개 환경개선 계획을 2025년까지 모두 이행해야 한다. 현재까지 이행률은 약 77%가량으로 알려져 있으나, 지역 시민단체와 업계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2023년 12월 봉화군 녹색환경과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으로 토양 정화 명령 이행을 완료해야 하는 석포제련소 1공장과 2공장 부지의 정화 처리 수준은 각각 47.3%, 10.3%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 영풍 경영진이 이에 대한 개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MBK(사모펀드)와 손 잡고 고려아연을 인수하려는 것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활용해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문제 리스크 및 실적 악화 등을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