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부산일보 기자가 “구체적으로 뭘 사과한 거냐”고 질문한 데 대해 홍철호 정무수석이 “무례하다”고 사후 비판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21일 오전 9시 14분 서면을 통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서면 사과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 기자단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기자의 질문에 대해 정무수석이 “어린아이한테 부모가 하듯이 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대통령실 기자단 전체가 반발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대변인실의 21일 서면 사과의 전문은 “홍철호 정무수석의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 발언 관련한 입장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 관련 답변 과정에서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정무수석으로서의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습니다”였다.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는 지난 7일 대통령과의 기자회견에서 “흔히들 사과를 할 때 갖춰야 할 요건이 몇 가지 있다고 한다. 어떤 부분에 대해 사과할지 명확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대통령께서는 대국민 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로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렸다’며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했다. 회견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대통령이 뭐에 대해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해할 것 같다”고 사과를 구체화해달라고 대통령에게 질문했다.
그 뒤 19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박 기자의 질문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무엇을 사과한 거냐”고 묻자, 홍 정무수석은 “담화문 속에서 자신의 불찰과 국민께 상심 드린 점을 포괄적으로 사과한다는 말씀을 주셨고 고개 숙여 태도로써 사과한 다음,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면서 구체적인 부분까지 사과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 부산일보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어린아이한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하는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홍 수석의 국회 답변에 대해 대통령실 출입 지역기자단(제2 기자실)은 20일 “홍철호 수석이 ‘무례하다’ ‘시정해야 한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홍 수석의 사과와 해명, 대통령실의 책임 있는 입장을 요구한다. 지역기자단은 취재나 언론 활동을 약화시킬 수 있는 모든 발언에 단호히 반대 입장을 밝힌다”는 입장문을 냈다.
입장문은 “홍 수석은 박석호 기자의 질문을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언론의 역할과 기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정했다. 태도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은 기자들에 대한 ‘눈치 주기’로, 지역기자단에게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규탄한다. 기자의 역할은 본래 대통령과 국가 기관이 제대로 일하는지 감시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의 이 같은 ‘대언론 대응’으로 피해를 받는 기자가 없어야 한다”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