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4.11.05 09:17:15
서초동 청계산 인근에 위치한 아트 스페이스 엑스(Art Space X)는 지난 10월 31일 이종목 작가의 개인전을 오픈했다. 전시는 12월 1일까지이며 전시 제목은 "新漁九變-비늘 벗기"다.
이번 전시는 이종목 작가가 그동안 천착해왔던 "신어구변(新漁九變)과 "즉비산수(卽非山水)" 두개의 시리즈를 특별히 선보이는 전시여서 그 의미가 크다. 그러면 이 두 시리즈는 무엇을 표상하고 있을까?
신어구변은 비늘벗기?
작가는 신어구변의 의미를 이번 전시 제목으로 정하고 "비늘 벗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수정 큐레인터는 이와 관련해 "작가가 창세기 1장 2절의 원형적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신비로운 물고기 형상으로 우주의 무한한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오수정 큐레이터에 의하면 실제로 이종목 작가의 비구상 작품을 보면 어디엔가 물고기의 형상이 보이는 듯 하다. 따라서 전시를 관람하면서 우연과 필연이 중첩된 '내가 볼 수 있는 물고기 형상, 즉 나만의 물고기 형상'을 찾아 보는 것도 전시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신어구변(新漁九變)은 김시습의 시 '감회'에 나오는 구절 '신어구변등천리(新漁九變騰天里)'에서 따온 것으로, '신령스런 물고기가 아홉번 변해 천리로 날아 오른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작가는 우주의 변화를 표현하면서 마치 물고기가 비늘을 벗고 하늘로 솟구쳐 날아오르는 무한한 변화를 담고자 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비산수 시리즈 의미는?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봐야 하는 작품 시리즈는 즉비산수(即非山水)다. 오수정 큐레이터는 즉비산수와 관련해 "2021년부터 즉비 시리즈로 이어져 왔습니다. 즉비산수는 산과 자연 속에 새겨진 역사를 재해석하며 경계 없이 서로 넘나드는 만물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표현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시리즈 작품들은 마치 양자역학을 보는 듯, 파동과 입자가 서로 경계없이 드나드는 자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아트 스페이스 X 지하 1층에 전시된 대형작품 '즉비산수' 시리즈 3점은 감상자를 압도하 듯, 창조 이전의 혼돈, 창조가 이루어지는 순간, 작가가 좋아하는 창세기 1장 2절의 서로 교차되고 움직이는 혼돈 속 창조활동이 중첩돼 보여지고 있다.
작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이종목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면, 그는 작가노트를 통해 "92년 이후 행적이 이번 ‘즉비산수(卽非山水)’와 ‘신어구변(神魚九變)’전시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 같다."라며 卽非山水(즉비산수) 시리즈와 관련해, "우리 산하는 우리 민족의 DNA 지형과도 같다. 태초이래 지금까지의 모든 역사가 지문처럼 새겨져 있다...무경계의 환희심이 만물을 만물답게 하는 힘이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神魚九變(신어구변) 시리즈와 관련해 "육필을 지향한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줄기차게 나타났던 형상이 물고기를 표상하는 형태였다. 나는 창세기 1장 2절 말씀을 참 좋아하는데, 모든 것이 분화되기 이전의 실재를 표방하는 나의 가치관 때문인 것 같다. 근원의 근원 모습은 자체 운행하는 형태를 띠게 되는데 그 모양이 물고기로 표상되었고, 신어(神魚)로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우주는 한 순간도 머뭄 없이 비늘을 벗으며 현실 창조를 계속하고 있고, 그 비늘 한 장 한 장에 우주의 프랙탈을 담고 있다. 바로 생명력과 상상력의 바탕이다. 구(九)는 완전수와 무한수를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