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공적 지위 없어…라인 존재하면 안돼”
“인적 쇄신해야”...윤 대통령 인사권까지 거론
용산 대통령실은 '무대응'...16일 재보선 때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연일 김건희 여사 문제를 겨냥해 발언 수위를 높이는데도 용산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별 반응이 없이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초 한 대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시절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놓고 ‘국민 눈높이’를 언급할 당시에는 즉각 반발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적 쇄신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라인이 존재한다고 했는데 정리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국민들이 그런 분(김 여사)의 라인이 존재한다고 오해하고 기정사실로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김 여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한 대표는 지난 12일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하기 위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이 발언은 김 여사와 가깝다고 지목된 대통령실 인사들을 정리하라는 요구로 해석됐는데, 이틀 만에 이 같은 해석을 사실상 직접 확인해준 셈이다.
이와 관련, 친한계(한동훈계) 한 핵심 인사는 15일 CNB뉴스에 “이른 바 ‘김건희 여사 라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내외를 돕거나 수행했던 인사들 가운데 현재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으로 기용된 인사들”이라며 “김 여사의 곁에서 직간접적으로 소통하며 정책이나 인사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번 주말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와의 독대 준비 상황에 대해서만 “당과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원론적 입장만 내놓는 데 그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처럼 대통령실이 자세를 낮춘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건 최근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선거 브로커’ 명태균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고조된 상황에서 섣불리 대응했다가는 득보다 실이 크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통령실로서는 한 대표와의 갈등이 증폭돼 국민의힘이 쪼개지는 모양새를 보인다면 부담은 훨씬 가중되기 때문에 이번 주 ‘윤석열-한동훈’ 독대가 예정된 만큼 가급적 위기를 관리하려는 의도로 비친다.
또한 오는 16일 열릴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부산 금정구청장 등을 야당에 내줄 경우, 한 대표의 입지는 급격히 쪼그라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통령실은 선거 결과를 지켜보며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최근 윤 대통령이 불쾌해 할 수 있을 말들을 쏟아냈다는 이유로 독대가 불발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대통령실은 이미 합의를 했던 만큼 만남을 피하는 것이 오히려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신 한 대표를 향한 불쾌감은 당내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의 입을 통해 터져 나왔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지낸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기소를 촉구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을 지적하면서 “어떻게 법무부 장관을 지낸 여당 대표가 ‘국민감정에 따라 여론 재판을 하라’고 하느냐”고 비판했다.
핵심 ‘윤핵관’(윤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으로 평가받는 권성동 의원도 한 대표를 향해 “당정 지지율을 대통령실 탓만으로 돌린다”고 비판했다.
이제 관심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와의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에 쏠려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재·보궐 선거뿐 아니라 최근의 당정 동반 지지율 하락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두 사람이 만나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두고 거세지는 야권의 공세를 타개할 방법 등을 논의할 지 주목된다.
(CNB뉴=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