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해병특검 “임성근, 398회 진술거부권 반복”…임 “헌법·형소법 권한 행사”
휴대전화 비번 비협조…특검 “고의적 수사 방해, 상당히 불량” 법적대응 검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수근 해병 순직 사건'의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채해병특검)팀에 출석해 총 562건의 질문에 거의 70%가 넘는 약 398번의 진술거부권을 반복했다는 것과 관련해 “헌법과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제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라고 강조해 논란이 되고 있다.
채해병 특검팀의 정민영 특검보는 19일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임 전 사단장이 지난 7일과 11일 있었던 특검팀의 2·3차 소환조사에서 이뤄진 문답 전체 내용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심각한 수사 방해라고 판단한다”면서 ‘법적 대응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 특검보는 구체적으로 “임 전 사단장은 지난 7일과 11일 이틀간 특검팀의 2·3차 소환 조사에서 당시 실종자 수색 작전과 관련해 내린 지시와 사고 발생 이후 경위를 허위로 보고한 의혹 등에 대한 질문에 총 398차례 답변을 거부했다”면서 “‘진술 거부하겠다’라는 답변이 244회, ‘진술하지 않겠다’라는 답변이 154회 반복돼 양일간 신문에서 제시된 질문 562건 중 상당 부분을 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정 특검보는 “심문을 진행한 검사가 ‘여단장으로부터 수색 작전 계획을 보고받고 지도하거나 당부한 내용은 어떤 것이 있는가?’, ‘다수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하고 있을 만큼 위험한 상황이어서 군 병력 안전에도 한치 소홀함이 없도록 주의했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지 않는가?’ 등의 질문을 하자 이에 모두 ‘진술하지 않겠다’고만 답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정 특검보는 “현장 지도 당시 이용한 차량 등 기본적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답을 거부하자 수사 검사가 ‘기초적 사실에 대해서까지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했으나 이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하는 이유를 진술하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술 거부가 반복되자 수사 검사가 “수사기관의 어떤 증거관계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출석을 한 것이냐. 부적절한 태도로 보이고 진술에 협조할 의향이 없느냐”고 따져 묻자 임 전 사단장은 “그게 진술 강요로 느껴진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이 특검팀에 제출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데 대해 “검사가 가장 핵심적인 물증의 포렌식 절차를 사실상 고의로 방해하는 태도로서 상당히 불량하다고 평가될 소지가 높다”고 질책하자, 임 전 사단장은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검사가 피의자를 상대로 헌법상 권리인 진술거부권의 행사를 위축하고, 법상 의무가 없는 스마트폰의 비밀번호 제출을 사실상 강요하는 언행을 한 것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임 전 사단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질문이 아닌 다른 핵심적 사항에 대해서는 모두 답변했다”면서 “나머지 부분은 해병대 수사단, 경북경찰청 조사, 대구지방검찰청 조사, 국회 청문회와 국감에서 수도 없이 같은 질문에 답변했다”고 진술거부권 사용 배경을 설명하면서 “진술거부권의 횟수를 세지 말고 질문과 답변 행간의 의미와 여러 가지를 잘 살펴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 전 사단장은 “이 사건에 대한 모든 도의적 책임을 제가 통감하고 있고 죄송하게 생각하며 채상병과 부모님께도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죄송하지만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은 구별돼야 하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고도 해명했다.
하지만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이 대부분 진술을 거부하는 만큼 당사자를 추가로 조사하기보다는 수색 작전에 참여했던 사단 휘하 지휘관 등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인 것으러 알려졌다.
앞서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순직한 채상병의 상급 부대장으로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고 무리한 수색 작전을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나 올해 2월 예편한 상태다.
특히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 수사단 초동 조사에서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혐의자에서 제외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구명 로비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