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24.09.30 09:23:56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사상 첫 여성 예술감독인 현시원 독립 큐레이터의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는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담론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무엇일까?
비엔날레 감독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비견할 수 있다. 바이올린, 첼로 등 각 악기 연주자들은 각각 훌륭한 예술가들이지만, 지휘자는 모두를 마치 하나의 악기처럼 지휘한다. 따라서 오케스트라 연주에서는 연주자보다 지휘자 비중이 더 크다.
그렇다고 해서 비엔날레에서 작가들보다 예술감독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감독의 중요성, 즉 비엔날레는 그 모든 작품들을 가장 의미있게 전시하는 일련의 과정과 결과가 예술감독에게 달려있다는 그 무거운 예술감독의 중요성을 언급하려는 것이다.
詩로 시작해 MOOK로 마무리한 기획
먼저 눈에 띄는 현시원 감독의 독창성은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의 주제 "큰 사과가 소리없이(SILENT APPLE)"에서 드러난다. 이 주제는 김혜순 시인의 시(詩) "잘 익은 사과"의 한 구절을 인용한 것이다. 조각이나 미술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문학인 시에서 출발했다.
이 시는 자전거를 타고 모퉁이를 돌아가는 장면을, 공감각적으로 표현하면서 깊은 상처와 그 치유를 표현한 의미심장한 시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마치 큰 사과가 소리 없이 껍질이 깍이는 것처럼, 여러 공간을 돌아가면서 관람객이 작품과 의미깊게 서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또한 현 감독이 비엔날레에서 마무리로 무크(MOOK)를 발행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붉은 겉장이 매력적인 아담한 이 무크는 책도 아니고 잡지도 아닌 그야말로 무크라는 면에서 현대미술을 닮았다.
시로 시작해 무크로 마무리한 기획을 보면서, 텍스트(text)를 중요시 한 것이 현시원 예술감독답다는 생각을 했다. 여고시절 교지를 편집하고, 국문학을 전공한 대학시절엔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고, 이후엔 '워킹매거진'을 발행, 편집했던 일명 글쟁이(?) 현시원 감독에게 텍스트는 너무나도 중요한 매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간 활용에 중점...박사 논문은 '전시 도면'
이번 비엔날레는 성산아트홀, 성산패총, 창원복합문화센터 동남운동장,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에서 전시되지만, 다수의 작품들이 성산아트홀 지하 1층에서 2층에 이르는 공간에서 펼쳐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시원 감독은 공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을 배치하는 데에도 그의 공간 감각이 드러난다. 홍승혜 작가의 작품 '모던 타임즈'는 이번 비엔날레 주요 작품 중 하나로 소개되고 있다. 그의 작품은 창원문화재단 건물 앞 대형 유리창에 '시트 드로잉' 방식으로 구현돼 있다. 이번 비엔날레 커미션 작품이다. 홍승혜 작가는 컴퓨터 픽셀이 가지는 가능성을 탐구하면서 이를 실재 공간 및 장소에 구축하는 작업을 해 온 작가다. 공간을 멋지게 활용한 면에서 현시원 예술감독의 공간 기획과 잘 어울리는 대표 작품이라고 평할 수 있다.
그 연장선 상에 현시원 감독의 박사 논문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전시 도면'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전시 큐레이터로서 공간에 대한 개념과 건축학적인 사고가 남다를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성산아트홀 지하 1층에서 2층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전시실이 보여주는 건축학적 공간 연출은 이번 전시를 보는 또다른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아마도 현시원 감독이 갖고 있을 전시 도면을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다.
물론 성산아트홀 외에도 전시 공간 구성이 탁월한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성산패총 유물전시관 2층에 전시된 최고은 작가의 '에어록'은 그 공간 구성과 활용이 절묘하다. 좁은 공간에서 각각의 기둥을 스치듯 최고은 작가의 작품, 스테인리스 스틸 파이프가 커다란 나선형을 그리면서 설치돼 있다. 그 설치된 공간을 벤치에 앉아 낮은 높이에서 바라 보면, 파란 하늘과 푸른 산이 도시와 기둥 사이로 최고은 작가의 작품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최고은 작가는 '2024 프리즈(FRIEZE) 서울'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 작가다.
조각의 확장...현시원 감독의 또다른 도전
현시원 예술감독은 물론 조각 전문가가 아니다. 하지만 국제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 등 유수의 기관에서 전시를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로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따라서 컨템포러리 아트에 포괄적으로 천착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나 다를까 현시원 감독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무엇보다 '조각의 확장'에 중점을 두었다. 이번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에는 조각가가 아닌 작가들도 많이 참여했다는 점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현 감독은 이번 기획을 통해 조각 비엔날레라고 해서 조각만 전시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물론 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 있다. 창원조각비엔날레라는 이름에 그 정체성이 담겨 있기 때문에, 타 비엔날레와는 달리 차별화된 조각 중심의 비엔날레가 되어야 한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틀린 주장이 아니다. 하지만 평면 작업이 조형을 넘나들 듯, 조각도 평면이나 디지털 등 다른 미디어와 상호 넘나들 수 있지 않을까? 이 문제는 이번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담론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질문들은 창원조각비엔날레의 현실, 조각이라는 장르에 대한 생각, 한국 미술계의 문제점 등을 다각적으로 고찰해 볼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질문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담론은 예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현시원 예술감독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이번 비엔날레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는 그의 여러가지 질문에 우리가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려있다. 평론가든 행정가든, 창원 시민이든 외부 관람객이든 작품들을 깊이있게 보면서, 이 문제를 생각해 보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제대로 된 비엔날레 감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이번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