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민주, 지지기반 넓혀 재집권…준비 안된 대통령에 나라 혼란”
이 “尹, 전임 대통령 가족 수사는 정치탄압이자 정치보복 흉기”
문재인 전 대통령은 8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지지기반을 넓혀 철저하게 재집권을 위한 준비를 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 집권을 해서 지금 이 나라를 엄청나게 혼란으로 몰고 가고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파란 넥타이에 재킷 차림으로 환하게 웃으며 민주당 지도부를 맞이한 문 전 대통령은 당초 이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연임을 확정한 직후인 지난달 22일 예방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진으로 연기돼 이날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에 예방하자 이렇듯 ‘재집권을 위한 준비’를 당부해 당 대표이자 당내 유력 대선 후보로 평가받고 있는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어서 문 전 대통령은 곧바로 사저 안으로 들어가 이 대표를 비롯해 당 지도부와 한 시간 가량 환담을 나눴으며,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가족들에 대해 지금 현 정부가 하고 있는 태도는 정치적으로도 또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정치 탄압”이라며 “한 줌의 지지 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러자 문 전 대통령은 “나나 가족이 감당할 일이지만 이렇게 신경 써주는 당에 고맙게 생각한다. 당당하게 강하게 임하겠다”고 화답했으며, 이 대표는 “당 차원에서 당연히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며, 미완의 (검찰) 제도 개혁도 해야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검찰의 수사가 흉기가 되고 정치보복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감정의 골을 만들고 하는 가짜뉴스로 인해서 우리 내부가 흔들리거나 분열돼선 안 된다”고 말했으며, 이에 이 대표는 “가짜뉴스에 우리 민주당 내부가 또 지지자들이 서로 분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등 당내 통합에 대해서도 한목소리를 냈다.
두 사람이 언급한 ‘가짜뉴스’는 지난 7월 박찬대 원내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을 당시 퍼졌던 ‘문 전 대통령이 교섭단체 조건 완화를 요구했다’는 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통령은 당내 통합을 강조하면서 특히 전당대회 이후 상황을 두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당이 강하게 일사불란하게 결집되는 모습을 보니 참 보기 좋다”고 평가해 모처럼 문 전 대통령 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민주당이 분열을 멈추고 정부·여당에 맞서 ‘원팀’으로 윤석열 정부를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정권 탈환을 위한 결집과 통합을 다짐하는 등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렇듯 민주당이 당 지도부 차원에서 검찰의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원팀’ 대응을 강조하고 나선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은 ‘통합’과 ‘단결’ 등을 앞세운 메시지를 내고는 했으나 이번처럼 구체적으로 검찰을 콕 집어 내부 결집을 도모하고 나선 것은 드물다는 평가다.
실제로 올 5월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외유성 출장’ 의혹 당시에도 일부 친문계 의원들만 기자회견을 통해 반박했을 뿐 당 지도부는 공식 입장을 내는 데 머뭇거렸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수사 과정에서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당내에서는 이 대표 수사까지 통틀어 현 정부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공동 대응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전에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데 이어 부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 자리에서도 권 여사가 “당에서 중심을 갖고 잘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에 우려를 표하자 이 대표는 “잘 해나가겠다”고 답하는 등 검찰 수사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을 약속하기도 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