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정점식, 尹-韓 회동 이틀 만에 하차…용산과의 조율 관심
‘한동훈 체제’ 김상훈 정책위의장·김종혁 지명직 최고위원 낙점
국민의힘 한동훈호 출범 이후 한 대표를 비롯한 당내 ‘친한계’(친한동훈계)의 직·간접적 사퇴 압박에도 ‘침묵’으로 일관하며 버티던 ‘친윤계’(친윤석열)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결국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 정책위의장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시간부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직에서 사임하고자 한다”면서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서 선출된 후임 정책위의장께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잘 이끄셔서 2년 후 있을 지방선거, 3년 후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꼭 승리해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정책위의장은 “마음을 갑자기 바꾼 건 아니고, 제가 사임에 대한 당 대표 의견을 들은 게 어제 오후 2시고, 그 직후 사무총장이 공개적으로 ‘당 대표가 임명권을 가진 당직자들은 사퇴하라고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이후 고민을 많이 하고 추경호 원내대표와 상의도 많이 했다”면서 “결국 우리 당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제가 사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로서 정 정책위의장 사퇴는 지난 5월 12일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이자 한 대표가 전날 임명직 당직자들을 상대로 일괄 사의 표명을 요구한 지 하루 만에 부응한 것이지만, ”한 대표가 자신을 교체할 권한은 없지만, 당 내홍을 피하기 위해 용퇴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남겨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한 대표 측에서는 지난달 23일 전당대회 직후부터 주요 당직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임명직 당직과 달리 정책위의장은 1년 임기가 명시돼 있는 데다가 검사 출신인 정 정책위의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라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계파전 양상으로 치닫던 상황이었다.
특히 당내 친윤계는 물론이고 용산 대통령실에서는 지난달 31일까지도 다양한 경로로 정 정책위의장에 대한 ‘유임’ 시그널을 발신한 것으로 알려져 정 정책위의장의 사임 발표 직전까지도 향후 전개될 상황을 두고 설왕설래가 계속됐다.
그럼에도 당내에서는 최근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비공개로 회동한 데 이어 같은 날 추 원내대표도 동석한 가운데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과 만찬을 했다는 점 등에서 시기적으로 공교롭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정책위의장은 사퇴 기자회견에서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원내대표와 상의한 결과”라고 설명할 뿐 대통령실과의 물밑 조율 관측에 대해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고 손사래를 쳤으며, 대통령실 역시 “당직 인선은 당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2일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정책위의장과 용산 대통령실이 논의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정 정책위의장이 먼저 나서서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더 이상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면서 대통령실을 설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정 정책위의장이 사퇴하면서 한 대표는 취임 2주 차까지 마무리 짓지 못한 인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임 정책위의장은 원내대표와 협의를 거쳐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는 만큼, 인선 과정이 녹록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한 대표 측에서는 이미 2일 의총 추인을 목표로 후임 인선 협의까지 마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당 4역’에 포함되는 정책위의장에는 계파색이 옅은 대구 출신 4선의 김상훈 의원이 유력 거론되고 있지만 3선 김성원, 송언석 의원 이름도 함께 나오고 있다”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의원총회 추인이 필요한 정책위의장 후임자를 추경호 원내대표와 협의는 물론, 당정 간 원만한 관계를 고려해 대통령실에도 의견을 구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리고 당 대표가 임명하는 지명직 최고위원은 원외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날 한 대표가 공식적으로 일괄 사의를 요구한 이후 사의를 표명한 김종혁 전 조직부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렇듯 친한계 인사로 후임이 지명돼 추인될 경우, 9명의 최고위원 중 한 대표를 비롯해 장동혁 수석 최고위원을 비롯해 진종오 청년최고위원, 그리고 향후 한 대표가 선택할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을 포함해 친한계가 온전한 과반(5명)을 확보할 수 있어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최고위원회 내 세력구도도 달라질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