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찍고 폴란드로”…탄력받은 유럽원전 사업
현지 세일즈 강자 입증…유럽 여러 기업과 협업
“이제 시작일 뿐” 건설경기 침체 속 재도약 시동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으로 구성된 ‘팀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2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시공주관사인 대우건설과 현지 세일즈에 앞장선 백정완 대우건설 사장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사업에서 원자력발전소의 각종 인프라 건설, 주 설비공사의 건물 시공과 기기 설치 등을 맡았으며, 백정완 사장은 5월부터 체코 현지를 찾아 여러 지역인사들을 면담하며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뉴스=정의식 기자)
지난 17일(현지 시각) 체코 정부는 체코전력공사(CEZ)가 발주한 24조원(174억 달러) 규모의 체코 원전 2기(5,6호기) 입찰에서 ‘팀코리아’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5년 만의 쾌거였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MW 이하 원전 최대 4기를 짓는 사업이다. 한국은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주축으로,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가 ‘팀코리아’ 컨소시엄을 결성해 수주전에 참전,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원전 강자들과의 경쟁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번 발표로 팀코리아는 두코바니 원전 2기 뿐 아니라 추후 체코 정부가 테믈린에 추가 원전 2기 건설 추진을 결정할 경우 팀코리아가 발주사와 단독 협상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팀코리아는 발주사와 구체적인 협상을 진행하고, 2025년 3월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발전소 설계, 인허가 및 각종 건설 준비 절차를 거친 후 2029년 착공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의 1등 공신으로, 팀코리아의 주축인 한수원, 핵심 기자재 공급을 맡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시공 주관사인 대우건설을 지목하고 있다. 특히 대우건설 백정완 대표는 이번 수주전에서 체코 현지를 누비며 진두지휘한 공로자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에 밥 먹듯 들락날락…진짜 게임은 지금부터
이번 사업에서 대우건설은 원자력발전소 주요 설비의 공사와 건물 시공은 물론 기기 설치와 각종 인프라 건설 등 시공 전반을 책임지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두코바니 원전 2기 예상 사업비 24조원 중 대우건설 몫은 약 7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20조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 4기 시공 당시 시공 주관을 맡은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도급액이 각각 4.1조원, 3.3조원으로 합계 7.4조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의 수주금액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대우건설은 앞서 월성 원자력발전소 3,4호기 및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주설비공사와 같은 대형 상용원전을 시공한 실적이 있으며, 방사능폐기물처리장, 원전해체 등 설계, 시공, 유지보수, 해체에 이르는 원자력 전 분야에 대한 토털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로 평가받는다. 해외에서 원전을 시공한 경험은 없지만, 국내 건설사 최초로 요르단에 연구용원자로를 일괄 수출하기도 했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해 대우건설은 75명의 직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입된 직원들이 21회에 걸쳐 체코 현지 출장을 다녀왔고, 2019년 6월부터 체코 프라하사무소에 1명, 2021년 1월부터 경주 합동사무소에 10명의 직원이 파견돼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긴밀하게 팀웍을 맞췄다. 대우건설의 원자력 경력 보유 직원은 15년 이상이 450명, 10년 이상이 710명에 이른다.
특히 백 사장은 지난 5월 27일 프라하 현지에서 ‘체-한 원전 건설 포럼’ 개최를 진두지휘하며 수주 총력전에 나섰다. 이날 행사에는 다수의 체코 정부 고위 관계자와 현지 원전업계 관계자 및 언론 등 약 150명이 참석했으며, 백 사장은 이들과 체코 원전사업 수주를 위한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백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직접 현지 기업들과의 MOU를 체결하는 등 세일즈 전면에 나섰으며, 현지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이후로도 대우건설은 원전 예정지 두코바니 지역에서 지역협의체와 만나 지역인사들 대상으로 수주 활동을 이어갔다. 5월 28일 원전건설 과정에서 두코바니 지역민들의 현장 고용 및 지역경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K-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홍보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대우건설은 지난 4월 업계 최초로 유럽의 글로벌 인증기관인 TÜV SÜD의 ‘원자력 공급망 품질경영시스템(ISO19443)’ 인증서를 취득하기도 했다. 이 인증은 유럽의 주요 원전 운영 국가들이 요구하는 인증이어서 이번 수주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폴란드·네덜란드·핀란드…원전사업 먹거리 ‘봇물’
무엇보다 대우건설이 이번 체코 원전 수주를 통해 얻은 가장 큰 성과는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간 국내 원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왔지만, 이제는 해외에서 보다 넓은 규모의 새로운 원전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된 것.
특히, 대우건설은 과거 대우그룹 시절 유럽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으로 제2의 유럽시장 개척에 나서는 것이어서 이번 수주에서도 다수의 현지업체들의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원전 생태계에 포함된 수많은 기업들에게도 유럽 원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당장 대우건설은 폴란드 원전 수주전에도 한수원과 함께 ‘팀코리아’로 참여 중이다. 폴란드 외에도 네덜란드, 핀란드, 슬로베니아 등이 원전 발주를 진행 중이어서 국내 원전 생태계의 해외 진출 전망은 한층 밝아진 셈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아직 최종 계약 체결 전인 만큼 심기일전하여 두코바니 5,6호기 계약 체결 뿐 아니라 테믈린 3,4호기도 계약 체결될 수 있도록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협상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다”며 “완벽한 품질의 원전을 건설하여 한국의 높은 기술력을 다시 한번 세계에 알릴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CNB뉴스=정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