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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식콜콜] 고추참치 잇는 동원 불참치…달라진 입맛에 착 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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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선명규기자 |  2024.07.24 10:12:14

매운맛 열풍에 동원F&B ‘불참치’ 내놔
먹어보니 직화로 구운 ‘불맛’ 두드러져
맵기 정도는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사이
‘원조 밥도둑’ 고추참치 명성 이을까?

 

동원F&B가 출시한 '동원 불참치'는 동원참치 42년 역사상 가장 맵다. 이름처럼 강한 불맛이 특징이다. (사진=선명규 기자)

시대의 지성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은 무엇이든지 먹는다”고 했다. 마음, 나이, 겁, 심지어 욕까지. 그러나 먹는다고 하면 으뜸으로 떠오르는 것은 음식이다. 우리는 뭣보다 음식을 먹는다. 궁금해서 알아봤다. 뭐든 먹는 한국인을 유혹하는 먹을거리는 지금 뭐가 있을까? CNB뉴스 기자들이 하나씩 장바구니에 담고 시시콜콜, 아니 식식(食食)콜콜 풀어놓는다. 단, 주관이 넉넉히 가미되니 필터링 필수. <편집자주>​


 


1990년대 얘기다. 학창시절 반 아이들이 좋아하는 도시락 반찬 1군은 정해져 있었다. 불고기, 장조림, 비엔나소시지다. 2군에는 분홍소시지, 달걀말이가 속했다. 등급을 매길 수 없는 다크호스는 스팸이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지금의 포장 형태가 아니었다. 달린 도구를 이용해 캔을 돌려서 ‘까는’ 방식이었다. 동네 아무 슈퍼에서나 팔지도 않았다. 남대문시장 정도에 있는 미국 식료품점에서나 구할 수 있었다.

접하기 힘든 음식이었기에 스팸이 나타나면 사방에서 젓가락이 날아들었다. 짜도 너무 짰는데 그게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지금은 모르겠다. 아무튼 주요 반찬은 이 정도로 분류됐고 여기에 달려오는 멸치조림이나 무말랭이무침 등은 조연이었다. 아이들의 도시락 통은 대개 이 정도 반찬에서 가짓수만 다를 뿐, 구성이 대체로 비슷했다.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고추참치 통조림 (사진=선명규 기자)

‘도시락계’ 초신성이 등장한 것도 이때였다. 고추참치 통조림이다. 보통 깡통째 책상에 놓였다. 손이 크셨을 누군가의 어머니가 반찬통에 덜지도 않고 온전히 들려 보낸 것이다. 요즘 밥을 계속해서 먹게 만드는 반찬을 ‘밥도둑’이라 한다는데 그렇다면 고추참치는 ‘밥강도’에 준하는 강력범이었다. 적당히 맵고 달착지근해서 밥에 비비면 순식간에 밥통이 동났다.

이것이 고추참치의 장점이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하얀 참치 통조림은 아무래도 느끼해서 김치가 필요하다. 김치가 없다면 고춧가루가 들어간 다른 매콤한 반찬이라도. 붉은 조력자가 필요한 셈인데 고추참치는 1인2역을 소화한다. 밥만 매치하면 된다. 지금처럼 영양성분을 예민하게 따지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모두 먹을 수 있으니 1990년대 성장기 청소년에겐 그만이기도 했다. 고추참치는 이래저래 꽤 괜찮은 반찬이었다.

여담인데 2000년대로 넘어와서 고추참치의 인기가 별안간 치솟은 적이 있었다. ‘고추참치’란 제목의 노래가 지금의 밈(meme)처럼 퍼지면서다. 당시에는 엽기 문화의 유행과 함께 ‘엽기송’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 잊혔다가 2020년에 동원그룹이 뮤직비디오 형식의 ‘고추참치송’을 공개해 다시금 화제가 됐었다.

 

불참치(왼쪽)와 고추참치는 색깔부터 다르다. 검붉은 불참치가 훨씬 맵다. (사진=선명규 기자)

 


해외 진출 노리는 한국의 얼얼한 맛



경로이탈은 여기서 끝내고 다시 맛 얘기로 돌아와서. 시대의 흐름에 ‘밥강도’의 강도가 더 세졌다. 불닭 라면 시리즈가 높인 눈높이에 맞는 참치가 나온 것이다. 동원F&B가 이달 초 출시한 ‘동원 불참치’(이하 불참치)는 스코빌지수가 약 3886SHU이다. 고추참치가 1935SHU이니 2배 이상 높은 셈. 회사 측은 “42년 동원참치 역대 가장 매운” 제품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들어 올 테면 들어와!

호기 반 걱정 반으로 캔을 뜯었다. 색깔이 먼저 으름장을 놨다. 검붉은색 내용물이 “쉽지 않을 껄?”이라며 엷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재료 구성은 고추참치의 연장선에 있다. 기본 참치에 옥수수, 당근 등이 들어서 비슷하다.

결정적 차이는 역시 맛. 베트남 고추와 특제 불소스를 더한 불참치는 직화로 구운 ‘불맛’이 났다. 매운 낙지, 매운 족발로 이름난 식당에 자주 다닌다면 익숙할 그런 맛이다. 눈물 콧물 빼게 맵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당기는 이유다. 그러나 혼자서는 외롭고 역시 밥과 짝을 이뤄야 제맛이다. 무더운 여름이니 차가운 소면도 괜찮고.

아참. 매운 정도는 이쪽 세계 두 기준점인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에겐 도전일 테고, 누구는 그저 기분 좋게 먹기에 알맞은 매콤한 음식으로 여길 것이다. 이날 비교를 위해 고추참치도 같이 땄는데 이상하게도 달게만 느껴졌다. 불참치의 매운 기운이 원조 매운 참치의 기를 눌러서일 것이다.

 

불참치는 밥과 찰떡 궁합이다. 눈물 콧물 빼다 보면 어느새 빈접시가 나타난다. (사진=선명규 기자)

궁금한 것은 두 가지. 고추참치의 계보를 잇는 불참치가 매운맛에 적응된 현재 한국인 입맛에도 통할까? 이 얼얼한 맛이 해외에서도 통할까?

후자는 금세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동원F&B가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 불참치를 수출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동원F&B 측은 “MZ세대들의 맵부심(매운맛+자부심)을 겨냥해 역사상 가장 매운 참치 제품을 기획했다”며 “’동원 불참치’로 국내 소비자들은 물론 외국인 소비자들의 입맛까지 사로 잡아 K푸드 열풍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CNB뉴스=선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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