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유죄 판결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더욱 커진 상황에서 당대표 사퇴 시한 예외 조항과 함께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재명 맞춤형’ 당헌·당규를 개정하기로 확정해 당 안팎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의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조항 신설과 국회의장단 및 원내대표 선출에 당원 투표 결과를 20% 반영하는 등 권리당원 권한을 강화하는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규 개정안은 오는 12일 당무위 의결로, 당헌 개정안은 17일 중앙위 의결로 각각 확정된다.
따라서 민주당은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의 연임을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당내 도덕성 기준 후퇴에 대한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행 민주당 당헌에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사퇴 시한과 관련해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할 경우, 선거일 1년 전 사퇴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상당하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다’라는 예외 조항이 들어갔으며, 권리당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해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은 공고해진 모습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현행 당헌대로라면 오는 8월 당대표 임기(2년)가 끝나 연임이 되더라도 차기 대선을 1년 남겨둔 오는 2026년 3월 전에 사퇴해야 하지만 당헌이 개정될 경우, 2026년 6월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한 후 차기 대선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질 시점에 대표직에서 물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가 내놓은 개정 시안에는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이나 대통령 궐위, 대통령 선거 일정 변경 등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 당무위 의결로 사퇴 시한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항들이 포함됐으나 당 지도부가 ‘전국 단위 선거’, ‘대통령 궐위’, ‘대통령 선거 일정 변경’ 등의 문구들은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해 삭제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자의 직무를 자동 정지’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 등도 담겨 있어 이 역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조처로 풀이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국회의장단 후보자 및 원내대표 선출 선거에 권리당원 투표 결과 20% 반영, 시·도당위원장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반영 비율 20대 1 미만으로 제한 등 권리당권 권한 강화 조항은 최종본에도 그대로 포함됐다.
민주당은 치열한 논의 끝에 수정안을 통과시켰으나 논란을 잠재울지는 미지수다.
중도성향의 한 수도권 민주당 의원은 CNB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민주당의 당헌‧당규 개정은 전체적으로 권리당원을 지지기반으로 삼는 이 대표의 당권과 대권을 일치시키는 개정안으로 이 대표를 위해 당헌·당규를 뜯어고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더욱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한 시점에서 개정안이 이뤄져 ‘이 대표 일극 체제’ 논란이 부각되는 모습이어서 당이 집토끼만 바라보고 몰아붙이면 ‘이재명 방탄 정당’ 이미지만 짙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한 의원도 “지난 4‧10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당 지지율이 국민의힘과 큰 차이를 보이지 못하는 점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면서 “공정성을 해칠 수 있는 당헌·당규 개정은 중도층 확장에 마이너스로서 이 대표와 민주당에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