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는 물리학과 황춘규 교수 연구팀이 한·미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상온 양자 반도체 소자로 활용할 수 있는 상온 비선형 홀 효과를 실현하고 세계 최초로 그 발생 원리를 규명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배경이 되는 ‘홀 효과’는 지난 1879년 에드윈 홀이 발견한 현상이다. 전기장과 자기장이 함께 물질에 가해질 때 전자의 흐름이 특정 방향으로 편향돼 전류와 자기장의 방향에 수직하게 전압이 발생하며 이를 통해 전하 운반자 종류와 밀도 같은 고체 물질 내의 기본적 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
이후 양자역학의 발전과 함께 홀 효과에 대한 연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왔다. 외부 자기장 없이도 자석 물질의 자화로 인해 발생하는 ‘비정상 홀 효과’뿐만 아니라 ‘양자 홀 효과’, ‘스핀 홀 효과’ 등과 같은 다양한 홀 효과들이 발견돼 새로운 패러다임의 소자 개발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으며 홀 효과는 고체 물리학의 중요한 분야 중 하나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물질 내부의 자성뿐만 아니라 외부 자기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홀 효과가 발생할 수 있음이 관찰됐으며 이를 '비선형 홀 효과'라고 한다. 이 새로운 전자 수송 현상은 극소수의 연구에서 보고된 바 있으나 발생 원리를 설명하는 연구 결과와 더불어 소자 활용의 측면에서 가장 필수적인 상온에서 발현되는 비선형 홀 효과에 대한 연구 결과 또한 아주 극소수만 보고됐다.
연구팀은 위상학적 준금속인 NbIrTe₄라는 물질로 이차원 소자를 제작해 비선형 홀 효과를 실현했으며 저온에서 상온까지 온도를 변화시켜도 비선형 홀 효과가 유지되나 그 방향은 바뀔 수 있음을 발견했다. 전자 구조에 대한 실험과 이론적 계산을 통해 베리 곡률 쌍극자가 비선형 홀 효과의 발생 및 제어 원리임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로 비선형 홀 효과가 이론적으로만 연구돼 왔던 베리 곡률 쌍극자와 관련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했다. 더 나아가 상온에서도 비선형 홀 효과가 발현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을 발견해 응용 가능성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또한 베리 곡률 쌍극자 제어를 통한 전자 수송 현상 제어 방법론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패러다임의 양자 신소자 개발 및 응용 가능성을 열었다.
제1저자인 부산대 물리학과 이지은 박사는 “이번 연구는 상온 비선형 홀 효과를 가진 신물질을 발견하고 그 발생 원리를 직접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역으로 상온 홀 효과를 가진 물질에 대한 힌트를 제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자 물리량을 제어하는 새로운 양자 기술 분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지은 박사는 부산대 물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박사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현재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논문은 부산대 물리학과 이지은(제1저자) 박사와 황춘규(교신저자) 교수가 수행한 ‘스핀 궤도 갈라짐에 의해 발생된 NbIrTe₄에서의 비선형 홀 효과(Spin-orbit-splitting-driven nonlinear Hall effect in NbIrTe₄)’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 5월 10일자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실지원사업과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교육부의 핵심연구지원센터 조성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부산대와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국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동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