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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니&비즈] “신격호의 청년정신 잇자”…롯데 창업주 뮤지컬 관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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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4.05.08 09:32:49

‘롯데 신화’ 창조한 문학 청년 ‘신격호’
‘껌 장사’로 시작해 글로벌 대기업으로
롯데재단 후원으로 신격호 모티브 뮤지컬
감동·웃음·애환…관객들 기립박수 이어져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 ‘더 리더’의 국립극장 리허설 공연 모습. (사진=손정호 기자)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롯데그룹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롯데그룹 창업자인 신격호 명예회장은 생전에 늘 신뢰와 도전을 강조하셨습니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손녀인 장혜선 롯데장학‧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이 지난 3일 뮤지컬 ‘더 리더’의 리허설 공연 행사에서 한 말이다.

‘더 리더’는 신 명예회장을 모티브로 하는 낭독 콘서트 뮤지컬로, 롯데재단(롯데장학‧복지‧삼동복지재단 등 3곳으로 구성된 공익재단)의 후원으로 제작돼 지난 3~5일 3일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공연됐다.

공연의 영어 제목은 ‘THE READER & THE LEADER’, 부제는 ‘늘 책과 함께했던 어떤 경영인 이야기’이다. 신 명예회장은 문학청년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롯데의 사명(社名)은 독일의 소설가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장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샤롯데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가 좋아했던 문학 작품 낭독



기자는 지난 3일 ‘더 리더’의 리허설 공연과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에 내려 남산 산책길을 따라가면 우리나라 전통 건축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국립극장 건물이 나온다. 잔디와 나무가 어우러진 단아한 정원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다.

국립극장의 메인 공연홀인 해오름극장 앞 전광판에 ‘더 리더’ 포스터가 투영되고 있었다. 이번 공연을 위해 티켓 부스도 롯데재단과 롯데그룹 임직원, 고객들을 위해 새롭게 단장했다. 롯데 측 관계자들과 30여명의 기자들이 리허설 공연에 참석하기 위해 해오름극장 앞에 모였다.

 

뮤지컬 ‘더 리더’의 국립극장 리허설 공연 장면. (사진=손정호 기자)

오후 3시에 해오름극장에서 리허설 공연이 시작됐다. 무대 위로 책이 가득 꽂혀 있는 두 개의 책장이 등장했고, 주연 배우가 무대 위로 올라와서 책의 한 구절을 낭독했다. 잠시 후 무대 위에 커다란 배가 등장했다. 젊은 신격호 역할을 맡은 남자(배우 조상웅)를 비롯한 조선인들이 일본 관리에게 조센징이라는 차별을 당하며 일본으로 향하는 장면이 공연되었다.

‘더 리더’는 일제 시대인 1921년 울산에서 태어나,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한 신 명예회장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젊은 시절 일본에서 우유 배달 일을 시작하고, 껌과 과자, 초콜릿, 비누 등을 파는 경영자의 길을 걷는 모습이 배우들의 대사와 노래로 표현되었다.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 뮤지컬 ‘더 리더’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어려운 시기도 그려졌다. 신 회장이 서울 잠실에 테마파크인 롯데월드를 건립하기 위해 고심할 때, 현장에서 공사 등을 담당하는 사람의 어려움을 듣고 힘들어하는 순간도 담겼다.

하지만 커다란 놀이기구와 열기구가 그려진 무대에서 배우들이 롯데월드의 마스코트인 로티, 로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순간에는 함박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가 좋아했던 문학 작품도 등장한다. 알렉산드르 세르게예비치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 박목월의 ‘4월의 노래’ 등이 낭송되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 책을 건네는 장면도 등장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했던 거목(巨木)



리허설 공연 후에는 해오름극장 앞의 휴식공간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손녀인 장혜선 이사장과 ‘더 리더’를 연출한 박준영 연출가가 자리에 앉았다. 신 명예회장 역할을 맡은 조상웅, 딸 역할을 열연한 걸그룹 베이비복스 멤버였던 이희진 배우가 함께 참석했다.

이날 장 이사장은 “‘더 리더’에 일본으로 건너가 우유 배달 일부터 시작해 기업가로 성공한 할아버지의 일대기와 남기신 말이 잘 반영되어서 놀랐다”며 “할아버지의 열정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삶을 보여주면 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뮤지컬 ‘더 리더’에서 신격호 회장 역할을 맡은 조상웅 배우, 손녀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박준영 연출가. (사진=롯데재단)

이날 저녁 7시 30분에 진행된 첫 번째 본공연에는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이 직접 참석했다.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 겸 광윤사 대표는 화환을 보내 마음을 보탰다. 신 명예회장의 친척들도 다수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튿날 공연도 큰 호응을 얻었다. 롯데재단 관계자와 롯데그룹 전‧현직 임직원들, 재단의 후원을 받는 장학생과 다문화가정, 독거노인 등 소외계층, 일반 관람객이 함께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롯데그룹은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신 명예회장의 뜻을 잇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신 명예회장은 1983년 롯데장학재단, 1994년 롯데복지재단을 설립했다. 회고록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에서 사회공헌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Lifetime Value Creator’를 비전으로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재단 관계자는 CNB뉴스에 “신 명예회장은 작가의 꿈을 뒤로 한 채 기업가로 성장했지만 문학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았다”며 “나라와 사회를 먼저 생각했던 그분의 뜻을 기억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 이번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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