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전국 일부 매장에서 운영하던 야간무인매장 서비스를 지난주에 종료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에 시작한 이후 3년 만이다. 야간무인매장 서비스는 영업시간 종료 이후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 추가로 직원없이 운영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비대면 연장영업이다.
피할 수 없는 기류를 맞닥뜨리며 도입됐다. 사람을 조심해야 하던 때 생겼다. 직원마저 대면하기를 꺼리는 손님들을 위해 만들었는데 나중에는 호젓하게 진열된 제품을 보려는 ‘아싸형’(아웃사이더형) 방문객까지 몰리며 밤늦은 시간에도 성업했다. 입장이 자유로운 영향도 있었다. QR코드 스캔으로 본인 확인만 하면 문이 열렸다. 코로나19 종식 선언 이후 많은 것이 원점이 됐지만, 여전히 찾는 이들이 있어서 이 회사는 여태껏 야간무인매장을 운영해 왔다. 1년간의 연장영업은 이제 마침표를 찍었다. 축구 경기의 추가 시간처럼 이어지던 ‘비대면’도 비로소 문을 닫는 기분이다.
비대면이 단절을 의미했지만 장점도 있었다. 긍정적 아이디어를 끌어냈다. 특히 기업들의 사회공헌 영역에서 그랬다. ‘언택트 나눔’, ‘비대면 봉사’ 같은 이름의 창의적 방식이 쏟아졌다. 인증으로 서로의 노고를 인증했다.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임직원은 각자의 집에서 카메라를 켰다. 서로 나눔 물품을 만드는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봤다. 김장을 하거나 생필품이 담긴 선물 세트를 만드는 일이었다. 마침내 완성되면 노인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에 보냈다. 집합이 제한되어 단체 ‘인증샷’을 남기긴 어려웠으나 그 노고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모든 과정이 서로의 눈에 담겼다. 떨어져 있으나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린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살갗이 닿지 않고도 얼마든지 온정을 나눌 수 있음을 확인했으니까. 이러한 공통된 진귀한 경험은 판화마냥 머리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 당시 해본 적 있다.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하고 인증하면 기부금이 쌓이는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다. 어렵거나 유별난 미션도 아니었다. 동물보호를 위해 마스크 끈을 끊어서 버리거나 환경을 생각해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식이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 돈이 누적됐고, 그 돈은 오롯이 소외이웃에 전달됐다. 두 달 만에 기부금 5000만원을 모았으니 참여율이 상당했다.
비대면 시대가 아니었다면 할 수 있었을까? 고백컨대 이전에는 봉사활동 같은 일에 적극적이지 않았었다. 남우세스러웠다.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하는 데도 멋쩍을 것 같았다. 괜히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사라져도 ‘비대면 나눔’은 남길 바랐다. 소심한 사람도 언제 어디서나 사회에 이바지할 길이 열렸기 때문이었다. 물론 일부 발전된 형태의 ‘원격 기부’ 플랫폼은 존재하지만 사라진 것들이 많다. 그 많던 비대면 나눔은 어디로 갔을까? 어느 시인의 시집 이름처럼 ‘사라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지만 예외도 있으면 좋겠다.
(CNB뉴스=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