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워서 이기고 탈출하라” 중세 판타지 배틀
모바일 환경에 맞춘 게임성…‘쫄깃’ 감성까지
개발사-넥슨 간 법적분쟁 변수…결론은 과연?
영화 타짜에서 고니는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 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손맛도 눈맛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즐기는 게임 세계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겠습니다. 쏟아지는 게임들의 손맛을 먼저 보고 솔직하고 과감하게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크래프톤의 출시 예정작 ‘다크앤다커 모바일’ 베타 테스트를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게임업계 ‘뜨거운 감자’가 된 크래프톤의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정식 출시를 위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완벽한 게임으로 거듭나기 위해 대규모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
다크앤다커 모바일이 이슈가 된 이유는 원작 ‘다크앤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와 넥슨 간 프로젝트 유출 관련 법적 분쟁 때문이다. 다크앤다커 IP는 넥슨의 민트로켓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내부 자료를 유출해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분쟁 상황에서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크래프톤의 블루홀스튜디오에서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개발 중이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이런 논란을 딛고 원작 다크앤다커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또한, 크래프톤은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통해 ‘배틀그라운드’ 이후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의문을 풀기 위해 직접 베타 테스트(미디어 대상 오픈)에 참여해봤다.
‘탈출에 집중’ 중세 판 배틀그라운드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중세 판타지 콘셉트를 적용한 던전 탈출(익스트랙션) RPG(역할수행게임)다. 모바일 특성상 시점은 3인칭을 택했다.
이용자는 맵(던전) 상의 랜덤한 위치에서 게임을 시작하게 되는데 몹(NPC)이나 다른 유저와 싸워 이겨 던전을 탈출해야 한다. 던전에서 탈출하려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부터 생기는 탈출 포탈을 찾아 활성화시키면 된다.
굳이 싸우지 않고 탈출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배틀그라운드의 자기장처럼 ‘다크스웜’이라는 일종의 시간제한 시스템이 있어서 필연적으로 전투를 할 수밖에 없다. 다크스웜은 다크앤다커 모바일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게임 공간을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2~3분마다 다크스웜 영역이 커지면서 안전 지역이 좁아지는데, 다크스웜 영역에 있으면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입고 사망한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안전 지역으로 몰릴 수밖에 없고, 작아진 무대에서 전투를 하게 되는 운명에 놓이게 된다.
탈출에만 집중하려면 소모전을 피하면서 ‘존버’ 작전을 쓰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무기와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물론 무리하게 전투를 하다가 사망하면 장비나 아이템을 모두 잃게 되니 전략적인 선택이 요구된다.
게임 한 판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8~10분 정도다. 그다지 길지 않아 부담없이 즐길 수 있지만, 몰입감은 상당해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언제 어떤 적들과 마주할지 모르고, 정해진 시간 안에 빠르게 탈출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커져 쫄깃한 감정까지 느낄 수 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총 없는 중세 판타지 풍 배틀그라운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원작 분위기 유지…게임성도 살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원작과 매우 흡사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다른 점도 분명히 있지만, 기존 게임을 즐기던 팬들은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을 정도로 원작 게임성을 잘 살렸다.
체험 가능한 클래스(직업)부터 원작과 대동소이하다. 이번에 체험할 수 있는 직업은 파이터, 바바리안, 로그, 레인저, 클레릭 등 총 5가지다. 원작에서 볼 수 있는 바드와 워록은 제외됐고, 위저드(마법사)는 곧 공개될 예정이다. 각 클래스마다 고유한 장단점이 있으며, 장착할 수 있는 아이템 역시 천차만별이다. 성별을 선택할 수도 있는데, 성별에 따른 능력치 차이는 없다.
게임을 시작하면 튜토리얼 단계부터 어두운 조명과 음산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원작의 모습을 잘 살려낸 것은 물론,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게임 ‘다크소울’과 흡사한 느낌도 난다. 사물과 배경의 색감, 그래픽 디자인만 봐도 게임명에 왜 ‘다크’가 붙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액션 역시 원작 특유의 느낌을 재현했다. 딜레이가 큰 동작과 둔탁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을 주는 액션 등이 거의 비슷하다.
조작법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됐다. 간단한 설명과 조작법을 익힌 뒤에 직접 게임을 진행해보니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PC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할 경우 조작이 매우 불편한 경우가 많은데, 생각보다 편하다. 화면 좌측의 가상 패드로 이동하고 우측의 드래그로 시점을 조정한 뒤에 액션 버튼을 누르면 된다. 배틀그라운드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로 이식하면서 생긴 크래프톤의 노하우가 돋보였다.
재판에 쏠린 눈…IP 지켜낼까
원작의 게임성을 살려냈고 모바일 최적화도 수준급이라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지만, 외부 변수가 복병이다. 앞길이 마냥 순조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게임 외적인 부분에 논란이 있어 험난한 앞길이 예상된다.
넥슨 측은 넥슨 직원들이 내부 자료를 유출해 다크앤다커 IP를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직원들이 해고된 뒤 창립한 회사가 다크앤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라는 것.
넥슨은 지난 2021년 경찰에 아이언메이스 관계자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 위반으로 고소한 뒤, 다크앤다커의 국내서비스를 막기 위해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아이언메이스 역시 넥슨의 영업방해를 막아달라며 똑같이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1월 가처분 신청 결과는 쌍방 기각으로 나왔다. 대체로 가처분 신청 기각은 사안이 그만큼 급박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나온다.
결국 진실 공방은 가처분에 앞서 시작된 형사소송 결과에 따라 드러날 전망이다. 넥슨이 승소하게 되면 크래프톤이 확보한 IP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크래프톤은 해당 공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섣불리 판단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다크앤다커 IP 라이선스 계약 당시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수석 본부장은 “원작에 대한 글로벌 팬들의 다양한 평가와 함께 향후에 나올 사법적 판단을 제3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할 것”이라며 “이와는 별개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원작 IP의 생명력이 계속 이어져 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CNB뉴스=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