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벗고 젊어지기 경쟁 치열
만화캐릭터 앞세워 MZ세대 공략
톡톡 튀는 제품으로 브랜드 현대화
[내예기]는 내일을 예비하는 기업들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시계 제로에 놓인 경제상황에서 차근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을 다룹니다. 불확실성이란 이름 아래 전망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필요한 것은 만반의 대비입니다. 그 진행 과정을 만나보시죠. 이번에는 ‘올드’한 이미지를 벗어던진 제약업계의 이야기입니다. <편집자주>
국내 제약사들이 ‘전통’을 벗고 젊어지기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제약 특유의 보수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사업분야의 다양성을 꾀하기 위해서다. 특히 귀여운 만화 캐릭터를 활용해 MZ세대 소비층을 유혹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대부분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상장 제약 기업 중 50~60년 이상된 제약사만 해도 수십 곳에 이른다.
그러다 보니 패키지 디자인에도 ‘전통’을 지키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다. 동국제약, 제일약품, 동아제약, 중외제약 등 한문 표기에 입각한 회사 창립 당시 사명이 지금껏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고, 제품들도 스터디셀러급이 주를 이룬다.
예를들어 동아제약의 판피린과 박카스는 올해 63주년을 맞았다. ‘환갑’을 맞은 장수의약품이다. 그때 당시 광고에 출연한 판피린 걸 캐릭터도 덩달아 인기를 얻었다. 머리에 빨간 물방울무늬 두건을 두르고 “감기 조심하세요~”를 따라하는 패러디가 유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드해 보이는 약점은 어쩌나. 세월이 흐를수록 젊은 세대와의 브랜드 접점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동아제약은 예전 인기 캐릭터를 상품에 다시 등장시키거나, 미국에서 현재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상품에 도입하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세계가 만든 Z세대 가상인간인 ‘와이티’와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 현대적으로 판피린걸의 모습을 판피린 공식 SNS를 통해 선보였다. 판피린이 고유 무늬인 물방울 무늬를 팝아트적 요소로 제작해 트렌드에 발빠르게 적용했다는 평가다.
판피린과 마찬가지로 환갑을 넘어선 박카스는 지난해 카카오프렌즈와 협업을 통해 다양한 굿즈를 선보였다. MZ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롱필로우 세트, 여성·남성용 파자마, 멀티 파우치, 접착메모지, 피규어키링 등으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
이종 업종과의 협업 마케팅도 눈에 띈다. 올해 3월 동아제약은 교원그룹 어린이 교육브랜드 빨간펜과 함께 신학기 맞이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무료체험 신청한 사람한테 샘플링을 증정하는 행사다.
또 인기 캐릭터 ‘파워퍼프걸’을 활용한 기획세트를 지난달 1일부터 올리브영 및 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이다. 파워퍼프걸은 초능력을 지닌 세 자매를 주인공으로 하는 미국 애니메이션으로 일본, 중국, 한국 등에서 큰 인기다.
동아제약은 구강청결제인 가그린에도 자체 캐릭터를 선보였다. 신규 패키지에 ‘가글링즈’, ‘카악’, ‘오롤로’, ‘가글봇’을 담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동아제약의 박카스와 여행플랫폼 여기어때가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CNB뉴스에 “여기어때 어플 숙소 예약시 박카스맛 젤리 증정 프로모션 이벤트를 진행했다”며 “고객이 숙소에 체크인 할때 현장에서 얼박스페셜(얼려먹는 박카스) 등을 드렸다”고 말했다.
오래된 캐릭터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개선한 사례도 있다.
제일약품그룹 일반의약품(OTC) 계열사인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지난 1월 제일파프 출시 40주년을 맞아 레트로 패키지를 출시했다. 제일파프 레트로 패키지는 1980년대 제품 광고 모델이던 펭귄 캐릭터를 현대적으로 개선한 디자인으로, 40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펭귄파스’가 앞으로도 통증 없는 대한민국을 위해 온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향후 제일헬스사이언스는 지난해 편의점 진출에 이어 다이소에도 입점해 젊은 소비자들과 소통할 계획이다.
한국콜마그룹에 속해 있는 HK이노엔의 브랜드 비원츠 또한 지난달에 인기 애니메이션인 ‘파워퍼프걸’을 바탕으로 한 기획세트를 출시한 바 있다. 비원츠는 젊은 여성들의 많이 찾는 올리브영 온·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제약사들이 인기 캐릭터를 활용하는 이유는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이는 어린이 고객부터 MZ세대 부모까지 한번에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 전법이기도 하다. 소비층이 두터워 질 수 있는 전략이다 보니, 앞으로도 제약사들의 이런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동아제약은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영역을 꾸준히 넓히고 있으며, 이를 어린이 해열제 ‘챔프’에 적용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밖에, 자사 제품 미니막스 랩눈 솔루션 딸기맛이나 파워퍼프걸 캐릭터 파우치 등을 앞세워 MZ세대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60년 전통의 한 대형제약사 관계자는 CNB뉴스에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2030세대와 호흡하기 위해 굿즈상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브랜드 현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CNB뉴스=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