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산에서 책임지고 키운다’
부산은 현재 초저출생과 고령화, 인재 유출로 지역 소멸의 위기 상황에 처해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윤수 교육감은 부산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교육청이 책임지고 만들겠다고 밝혔다.
초등 전 학년 부산형 늘봄학교를 운영하고, 그시간을 단순 ‘땜빵’ 돌봄을 넘어 ‘양질’의 학습 중심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채워 공교육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돌봄 공백 해소에 그치지 않고 학력 신장과 사교육비 경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양육과 교육의 부담에서 벗어나야만 근본적인 인구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지역 소멸 위기 상황의 중심에 ‘교육’이 있는 이유이다.
하윤수 교육감은 유치원보다 빨라진 초등학교 하교 시간으로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일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공공이 돌보고 교육하는 체계를 구축해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부산 교육’의 청사진을 들여다 봤다.
다음은 하윤수 부산시교육감과의 일문일답.
1.올해 부산시교육청은 교육발전특구 지정에 도전한다. 부산형 교육발전특구란 무엇인가
교육발전특구는 교육청, 지자체, 대학, 지역 기업·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 교육을 혁신하고, 지역인재의 양성과 정주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계이다. 쉽게 말하면 ‘부산에서 태어난 아이는 부산에서 책임지고 키운다’ 이것이 부산형 교육발전특구의 핵심이다.
부산교육청은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위한 준비를 이미 마쳤다. 24시간 돌봄센터를 포함한 지역 돌봄 책임 시스템을 구축하고 모든 아이를 품는 ‘학교 안 늘봄학교’와 지역사회와 연계한 ‘협력형 늘봄학교’를 운영하며 ‘아이 낳아 기르기 좋은 도시, 부산!’ 브랜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부산의 인재가 부산을 떠나지 않고 부산에서 교육받고, 부산에서 정주할 수 있도록 ‘교육하기 좋은 도시, 살기 좋은 도시 부산!’ 브랜드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사회의 요구를 반영한 ‘자율형공립고 2.0 설립·운영’, 부산 7대 산업과 연계한 ‘부산 국제 K-POP고’, ‘부산항만물류고’ 등 다양한 유형의 학교 설립과 맞춤형 교육과정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2월 초 교육발전특구 지정 신청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반드시 교육발전특구로 선정돼 부산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부산의 재도약을 이끌어가겠다.
2. 아침체인지가 교육부의 우수 사례로 소개되는 등 전국적으로 관심이 뜨겁다. 처음 아침체인지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운동을 그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침체인지(體仁智)’는 잠들어 있던 교육 현장, 학교를 깨워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시행 초기에는 50개 학교를 대상으로 우선 시행 후 매년 늘려나갈 계획이었는데 시작부터 200여 개 학교에서 신청할 만큼 현장의 관심과 참여 의지가 높았다. 현재는 선도학교 450교, 연구학교 2교, 업그레이드 버전인 ‘가족공감체인지’ 시범학교 33교도 운영하고 있다. 전체 학교의 71%, 21만여 학생이 함께하고 있다.
체육활동은 우리 학생들에게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먼저 친구들과 서로 부대끼는 신체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녹아든다. 체육활동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줘 개인과 세상을 이어주는 건강한 삶의 고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또한 아침 체육활동은 잠자는 뇌를 깨워 학생들의 학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존 레이티 하버드 의대 정신과 교수의 저서 ‘운동화를 신은 뇌’를 보면, 운동은 뇌에 산소를 활발하게 공급해 인지·기억 작용을 담당하는 뇌세포의 성장을 돕는다.
체육활동은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체육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친구들과 부대끼는 시간이 즐거워야 학생 스스로 체육활동에 참여할 것이고 그렇게 하루 이틀 체육활동을 하다 보면 장점들은 저절로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
3. 늘봄학교가 부산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됐다. 맞벌이 부부들에게 반가운 소식인데, 돌봄 기능 외에 양질의 교육까지도 기대할 수 있는가?
교육청은 올해를 ‘온 마을이 나서 부산의 모든 아이를 교육하는 원년’으로 삼고 책임 교육·돌봄을 실현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방과 후 교육과 돌봄을 동시에 제공할 ‘부산형 늘봄거점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 앞으로 학교 신·개축 시에는 늘봄센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또 모든 직속기관에서 ‘늘봄센터’를 구축·운영해 공간을 확보하려 한다.
이와 함께 ‘부산 학습형 방과 후 프로그램’을 운영해 교육과 돌봄의 질을 높일 방침이다. 지자체와 협력해 학교 밖에서도 통합방과후학교 등을 확대‧운영해 돌봄과 방과 후 프로그램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 전체를 수용할 계획이다.
통합방과후학교는 청소년수련관, 스포츠센터 등을 활용한 거점형 방과 후 센터다.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들과 협약을 맺고 수영, 펜싱, 바리스타 등 학교에서 직접 운영하기 힘든 260여 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지역 대학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체육 단체와도 연계해 우리 학생들이 우수한 인적 인프라와 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교육청은 이 외에도 학생·학부모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공교육을 강화해 단 한 명의 학생들도 놓치지 않는 부산형 교육·돌봄 체제를 구축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4. 문해력 부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까지 부상했다. 해결법으로 평소 독서를 강조하시는데, 학생들의 독서력을 높이기 위한 부산교육청의 구상이 있는가?
독서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소통하는 경험을 통해 인성을 계발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인성교육과 연결되는 중요한 교육활동이다. 교육청은 인성 교육의 일환으로 독서 활동에 힘을 쓰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우리 사회의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 디지털 세대인 청소년들의 독서행태는 기존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종이도서 뿐만 아니라 전자도서 등 다양한 독서매체를 활용한 독서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작년 29억 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산지역 초·중·고 590교 에 전자도서관을 구축, 2022년 시범 운영한 40교를 포함해 총 630교를 지원해 전국 최초 모든 학교에 맞춤형 전자도서관을 구축해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 환경을 제공했다.
또한 올해는 ‘마음과 생각을 두드리는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성 중심 독서교육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보수동 책방골목과 함께하는 독서 한마당, 도서관별 독서 체험 특색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흥미와 독서력을 끌어올리고자 한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항상 독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부산 교육이 학생들의 독서 문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5. 지난해 교권 침해 문제로 뜨거웠다. 교권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교사들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학교행정지원본부를 만들었다. 실제 교사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교원의 행정업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다. 다만 현장의 체감도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우리 교육청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일선 교사들의 행정업무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전국 최초로 ‘학교행정지원본부’ 설립을 발표했다.
‘학교행정지원본부’는 1월부터 모든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수행하는 반복적 업무, 교사들의 부담이 큰 학교 행정업무 등을 이관받아 현장 교사들을 맞춤형으로 밀착 지원한다.
총원 42명으로 구성된 방과후학교지원팀, 학교채용지원팀, 학교행정지원팀 등을 꾸려 학교 행정업무를 중점적으로 지원한다. 올해 휴교 예정인 신연초에 임시로 문을 열고 오는 7월에는 서부산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자 영도지역에서 정식으로 문을 연다.
‘학교행정지원본부’ 운영을 통해 교사들이 온전히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교행정지원본부’ 설립 발표 후 교원단체에서도 성명서를 내며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모두가 만족하는 실질적인 교원 행정업무 경감을 이루겠다.
6. 교육감 취임 1년 반이 흘렀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반대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난해 우리 교육청은 여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것이 ‘부산학력개발원’을 중심으로 추진 중인 학력 신장 정책이다.
공교육 바로 세우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학력 신장 전담 기관인 ‘부산학력개발원’은 지난 2022년 문을 열었다. 학생 맞춤형 학습지원을 위해서는 정확한 진단이 최우선이란 판단하에 학력 신장 정책을 펼쳐 왔다.
대표적인 정책은 깜깜이 교육을 해소하고, 사교육비를 줄일 ‘부산학력향상지원시스템(BASS, Busan Academic Support System)’을 운영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생 수준 진단과 분석, 맞춤형 학습 추천 등을 제공한다.
학력 신장,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해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에서 실시한 시도교육청 기초학력 지원사업 성과평가 결과 학습지원 대상 학생의 ‘교과별 기초학력 향상 정도’ 등 22개 세부 영역에서 ‘매우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국어·수학 교과의 기초학력 향상도 검사에서 학습지원 대상 학생들의 도달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청이 학력개발원을 중심으로 시행했던 다양한 기초학력 보장·학력 향상 정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학력 신장을 비롯해 ‘아침체인지’ 등 많은 정책을 추진했다. 이제 첫걸음을 뗐다. 모든 일이 첫술에 배부를 수 없기에 아쉬운 부분을 찾기보다는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올해는 더 많은 사람이 만족하는 정책을 시행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