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자동사냥 삭제…손맛 커져
오직 ‘수동 전투’라 몰입감도 훌륭
직접 캐릭터 조작하며 다양한 전투
호불호 갈릴 요소 많은 건 아쉬워
영화 타짜에서 고니는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 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손맛도 눈맛보다 빠를 수 있습니다. 손끝으로 즐기는 게임 세계에서는 더욱 그럴 수 있겠습니다. 쏟아지는 게임들의 손맛을 먼저 보고 솔직하고 과감하게 들려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엔씨소프트가 출시한 MMORPG ‘쓰론 앤 리버티(TL)’를 체험해봤습니다. <편집자주>
쓰론 앤 리버티(TL)는 엔씨가 11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신규 IP(지식재산권)다. 5년여간 약 500억원을 투자했을 정도로 제작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자본이 들어갔으며, 그만큼 이용자들의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지난 5월 처음으로 선보인 베타 테스트 과정에서 ‘TL’은 혹평에 시달렸다. ‘또 리니지’라는 비판을 받으며, 리니지 색채를 지우지 못한 것이다. 이후 엔씨는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겠다며,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리니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엔씨의 대작 MMORPG TL은 어떤 모습으로 태어났을까. 사전예약 후 직접 체험해봤다.
사라진 ‘자동전투’…리니지 그늘 벗어나
엔씨가 ‘탈 리니지’를 표방하며, TL에 가장 큰 변화를 준 부분은 ‘자동전투(사냥)’를 없앴다는 점이다.
그동안 엔씨의 MMORPG는 자동사냥으로 캐릭터 레벨을 올리고, 그 외의 성장 요소는 과금을 통해 육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리니지라이크’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레벨을 어느 정도 올린 후에는 사용자가 직접 조작하는 등의 행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상 과금 아이템으로 강해지는 셈. 엔씨는 대부분 MMORPG에 자동사냥 시스템을 필수로 넣어왔고, TL의 베타테스트에도 해당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러나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게임 플랫폼을 모바일에서 PC로 변경하고, 과감하게 자동사냥을 삭제했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에 따라 수동 전투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변화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자동사냥이 사라지면서 BM(비즈니스 모델)도 한결 가벼워지고 착해졌다.
TL의 BM은 ▲패스형 상품 ▲스킨 및 외형 상품 ▲거래소 ▲아미토이-변신체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대부분 캐릭터 능력치에 큰 변화가 없는 상품이며, 확률형 뽑기 상품 아이템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미토이와 변신체 역시 확률형이 아닌 확정형 상품으로 구성됐다. 엔씨가 출시 전부터 언급한 “캐릭터 능력치에 직접 영향을 주는 과금 모델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다만, 거래소의 유료 재화 ‘루센트’를 대량 구입한 뒤, 좋은 장비를 모두 사들이는 방식을 막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쓴 돈만큼 강해지는 것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단 소리.
‘무기 조합’ 시스템으로 액션 스펙트럼 넓어져
모든 플레이가 수동으로 바뀌면서 액션의 스펙트럼도 넓어졌다. 체력 회복용 물약만 먹어가며 고정 자리에서 싸우는 ‘말뚝 전투’는 사라졌고,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며 다채로운 전투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전투 시스템의 핵심은 ‘무기 교체(스위칭)’다. 특정 직업군(클래스)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7가지의 무기 중 두 개를 자유롭게 교체하며 사용할 수 있다. 개인의 전략에 따라 무기를 조합해 독창적인 전투 스타일을 창조할 수 있는 셈이다.
예를 들어 검과 마법을 함께 사용하거나, 방패로 공격을 막아낸 뒤 후방으로 이동해 장궁으로 공격하는 등 무기 조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전략과 전술을 구사할 수 있다. 대부분 유저는 근거리+원거리 조합인 ‘대검’과 ‘석궁’을 선택하거나 원거리 콤보 조합인 ‘장궁’과 ‘지팡이’을 선택해 전투하고 있었다.
무기에 따라 사용하는 스킬 역시 제각각인데, 부가 효과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조합을 찾는 재미가 쏠쏠했다. 적을 수면 상태로 만든 뒤 공격을 이어가면 확정 치명타가 뜨는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해서는 직접 스킬을 써보며 경험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킬 발동 시 딜레이가 없어서 연계가 매우 자연스러웠다.
적이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반격하는 ‘패링’ 시스템도 존재한다. 보라색 원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타이밍을 맞추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다만, 패링 스킬 사용 시 스태미나가 떨어지기 때문에 남발할 수 없다. 비디오 콘솔 게임에서 주로 사용되는 패링 스킬이 존재한다는 점도 특이점 중 하나다.
손으로 직접 조작하며 진행했기 때문일까. 몰입감도 나름 훌륭했다. 스토리와 퀘스트 설명을 제대로 읽지 않고 넘겨버리기 일쑤였는데, 조금 더 집중해서 퀘스트에 임할 수 있었다. 클릭 두세 번만으로 메인 퀘스트 1개를 수행했던 과거 엔씨 게임과는 조금 달랐다.
게임 내 콘텐츠는 기존 MMO와 비슷하다. 메인 퀘스트와 부가 퀘스트, 1인 던전, 파티 던전, 레이드, 길드전 등이 있으며, 솔로 플레이부터 대규모 전투까지 체험할 수 있다. 특히, 길드원들과 함께 보스를 공략해 한정 자원을 획득하는 것이 매우 쏠쏠하니 추천한다.
피로감 유발하는 UI…‘불호’ 요소 줄이며 신뢰 확보해야
리니지 색채를 지우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많다.
특히 기존 리니지 시스템을 즐겨온 이용자 입장에서는 불편한 요소가 적지 않다. 애초에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게임이다 보니 전체적인 UI가 불편한 감이 있다. 개선 작업 과정에서 자동 사냥을 삭제하면서 ‘자동 이동’까지 삭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일부 퀘스트에서는 길 찾기에만 집중해야 했다. 간결함보다는 복잡함이 느껴져 피로감을 유발했다.
퀘스트를 수행할 때 핵심 사물이나 캐릭터를 잘 표시해놔야 인식하기 편한데, 그것조차 잘 보이지 않는 점도 문제다. 생각보다 가시성이 떨어지는 편.
호불호가 갈릴 요소도 많다. TL의 월드에는 낮과 밤이 존재하며, 때로는 비가 오거나 강풍이 부는 것처럼 실제 자연과 같이 시시각각 변화한다. 월드의 분위기를 바꾸는 것은 물론 게임 플레이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용자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예를 들어 특정 메인 퀘스트는 밤에만 진행되기 때문에 시간을 못 맞추면 기다리는 것밖에 할 일이 없다. 메인 퀘스트를 집중하고 싶은 이용자에게는 확실히 불필요한 게임성이다. 게임 내에 존재하는 자연법칙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도 은근히 피곤한 일.
이 외에 TL만의 깊이 있는 콘텐츠와 차별화된 요소들도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현재의 운영 체제를 유지하며 신뢰도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 상당수 이용자가 엔씨소프트의 BM 업데이트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착한 과금 모델을 유지하면서, 게임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혁신적인 변화가 시작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빠른 최적화 대응과 버그 개선 등 서비스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말이다. 현재의 모습을 유지만 한다면 이용자들의 신뢰가 회복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CNB뉴스=김수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