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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건희 기증관’ 첫 단추부터 삐끗…‘정부예산 0원’ 된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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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황수오기자 |  2023.11.07 10:06:09

‘이건희 기증관 건립안’ 예타 통과했지만
기재부가 내년 예산에 한푼도 반영 안해
착공 기대감 물거품 된 문체부는 속앓이
전문가들 “예타 끝낸 사업이 왜?” 갸우뚱

 

이건희 기증관 건립 예정지인 송현동 부지의 현재 모습. (사진=황수오 기자)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일명 ‘이건희 기증관’이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지만, 내년도 사업예산이 한푼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새해 예산 편성 주체인 기재부는 ‘대규모 사업이라 유족 측과 협의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사업 주체인 문체부는 이미 유족 측과의 얘기는 끝났다는 입장이다. 매머드급 국책사업이 혼선을 겪고 있는 내막을 CNB뉴스가 단독취재했다. (CNB뉴스=황수오 기자)


 

 

#1  ‘이건희 컬렉션’의 탄생 배경

 

“삼성은 우리 국민, 우리 문화 속에서 성장해왔기 때문에 우리가 이룬 성과를 사회에 환원하는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1998년 삼성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 남긴 말이다.  이 회장은 2004년 리움 미술관 개관식 때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족들은 2020년 이 회장이 별세하자 그의 뜻을 잇기 위해 그가 평생 모아온 2만3000여 점의 예술품을 2021년 4월 국가에 기증하기로 결정했다. 기증품에는 피카소와 모네의 그림 등 세계적 희귀작들을 비롯, 국보 14점, 보물 46점이 포함돼 있으며 총 추정가치가 약 3조원에 이른다.

 

재계 가장 영향력 있던 인물의 역대급 규모 유산 기증은 국민적 관심이 매우 컸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기증 정신을 잘 살려서 국민들이 좋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별도 전시실을 마련하거나 특별관 설치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은 이렇게 시작됐다.

 

#2  치열한 유치전…결론은 송현동 

 

이에 전국 지자체 간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졌다. 막대한 문화관광수입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수도권은 물론 부산, 대구, 경주, 진주 등이 저마다 삼성과의 인연을 내세우며 경쟁을 펼쳤다. 

 

이런 과정을 끝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박물관, 미술관 등이 인근에 있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라는 점에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송현동 48-9)로 최종 낙점했다. 

 

송현동 부지는 삼성과 오랜 인연이 있는 곳이다. 지난 2002년 삼성생명이 1400억에 송현동 부지를 매입했다. 이건희 회장은 당시 이곳에 미술관, 공연장 등의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했지만, 각종 규제의 벽에 막혀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송현동 부지는 대한항공-서울시를 거쳐 현재 정부가 소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생전에 원했던 땅에 자신의 이름이 걸린 미술관이 들어서게 된 셈이다. 

 

문체부는 약 9787㎡ 부지에 지하2층, 지상3층 규모로 이건희 기증관을 지을 계획이다. 완공 목표는 오는 2028년, 총 사업비는 약 1186억으로 추정된다. 지난 7월 20일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과했다. 예타는 정부가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평가하는 제도다.

 

지난해 1월 이건희 기증관 건립이 서울 종로구 송현동으로 확정되자, 송현동 일대에 환영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손정호 기자)

 

#3  사업중단 위기? 정부 예산 한푼도 반영 안 돼

 

그런데 기재부는 돌연 문체부의 1단계 사업예산 60억원 요청을 거부했다. 지난 8월 29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4년 예산안’을 보면 이건희 기증관 관련 예산이 빠져있다. 기재부 예산안은 정부안이다. 이 정부안이 국회에 넘어가 국회 상임위원회 및 예결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의결돼 내년 예산이 확정된다.
 
건축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는 2028년 완공 시기를 맞추려면 적어도 내년 하반기에는 착공 단계에 들어서야 한다. 그럼에도 예산이 한푼도 잡히지 않은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CNB뉴스에 “기재부에 약60억 정도의 예산을 요청했으나, 기재부가 ‘더 많은 국민들이 이건희 기증관을 향유할 수 있도록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라’며 거부했다”고 밝혔다. 

 

#4  ‘재검토’ 왜? 전문가들 “이례적”  

 

기재부는 예산을 삭감한 게 아니라 절차상 문제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CNB뉴스에 “유족 측과 추가 협의가 될 부분이 있어서 예산 반영이 잠시 지체되고 있다”며 “대규모 사업이기도 하고 특수성을 띠고 있어 신중히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체부 관계자는 “유족 측이 정부가 진행하는 사업에 협의할 게 없다. 이미 유족 측의 손을 떠났기에 따로 소통 채널을 갖고 있지 않다”며 “기재부가 거절한 자세한 이유는 모르지만, 국회 예산안 심의에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이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측 또한 “예술품들을 국가에 기증했으니 그 다음일은 국가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거리를 뒀다.   


이처럼 기재부의 이해하기 힘든 태도로 인해 대형 국책사업이 ‘올스톱’ 될 위기에 처했다. 내년 사업 예산 편성의 마지막 단계인 국회 예산안 심의과정이 남아있긴하지만, 기재부가 삭감한 예산을 다시 편성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건희 기증관이 들어서는 송현동이 지역구인 최재형 의원(국민의힘)실 관계자는 CNB뉴스에 “기증관 건립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이유를 우리도 자세히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기재부가 부지 선정부터 예타까지 끝낸 사업안을 다시 검토하라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건희 기증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사안이라 현 정부가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생전 모습. 이 회장 왼쪽이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오른쪽이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이 회장 뒤쪽은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부인 홍라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CNB뉴스=황수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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