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과학재단이 생명과학 분야 신진 과학자 4명을 선정하고 5년간 연구를 지원한다고 28일 밝혔다.
선정된 신진 과학자는 류제경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박정환 서울대 의과학과 교수, 염민규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 임영신 미국 펜실베이니아 의과대학 교수다. 이들은 5년간 새로운 연구 영역을 개척하게 된다. 재단은 연구자 1인당 연 최대 5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한다.
류 교수는 고속 원자힘 현미경 등을 통해 다양한 생물군에서 염색체 구조 유지(SMC) 단백질군의 보편적인 원리 기작(메커니즘)을 밝혀낼 전망이다. SMC 단백질군은 한 세포에 2m가 넘는 DNA를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염색체로 정교하게 응축시키는 핵심 단백질군으로, 중요한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고 알려졌다.
박 교수는 상황이 변할 때 대처하는 능력인 ‘인지적 유연성’이 뇌에서 어떤 작용으로 일어나는지 다양한 층위에서 알아낼 계획이다. 새로운 상황에 노출됐을 때 신경회로가 어떻게 변하는지 뇌 전기 신호를 기반으로 한 수학적 모델과 동물 행동실험으로 검증한다. 이 과정에 관여하는 후보물질을 분자생물학적으로 검증한다.
염 교수는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상태 변화를 순차적으로 유전체에 기록하고, 변화하는 세포의 주변 환경을 시각적으로 감지하는 기술을 제안했다. 개발한 신기술을 암 발생 과정에 적용해 정상 세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하고 암이 일어나는 근본 원인을 찾는다.
임 교수는 뇌에서 발견한 면역 세포의 역할을 연구한다. 뇌와 혈관 사이에는 혈뇌 장벽이 있어 몸을 순환하는 면역세포가 들어갈 수 없다고 알려져 있었으나, 임 교수는 혈뇌 장벽이 생기기 전 단계에 면역세포가 뇌로 이주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뇌에 정착한 면역세포가 혈액 속 면역세포와 다르게 신경 발생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을 입증할 계획이다.
한편, 서경배과학재단은 2016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사재 3000억원을 출연해 설립한 공익재단이다.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도전적인 연구를 제안한 신진과학자 26명을 선정했다. 그동안 연구지원에 쓴 금액은 702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