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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CEO] 증권史 다시 쓴 한국투자증권…정일문 대표의 ‘이것’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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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3.08.22 09:43:42

정 대표 주도한 해외사업 ‘효자 노릇’
역대급 실적으로 부동산PF 우려 해소
오랜 노하우와 도전정신…업계 1위로
중국발 부동산 위기…리더십 ‘시험대’

 

한국투자증권의 사상최대 실적행진에는 ‘해외통’으로 알려진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의 글로벌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월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와의 현지 협약식 장면.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 대표, 존 아리스띠안또 프라스티오 IDX 이사회 의장, 이르반 수산디 IDX 시장담당 이사. (한국투자증권 제공)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증권업계 거두인 미래에셋증권과 엎치락뒤치락하며 1,2위 다툼을 벌이다 마침내 올해 들어 홀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가 대두됐지만, 예상을 깨고 ‘깜짝 실적’을 내놔 증권가를 놀라게 했다. 여기에는 ‘해외통’ 정일문 대표의 승부수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도전에 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정 대표의 뒤를 밟아 봤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올 2분기(4~6월) 당기순이익은 국내증권사 중 1위였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들의 2분기 순이익이 모두 합쳐 1조2935억원이었는데, 이중 한국투자증권이 전년 동기 대비 121%나 늘어난 2200억원을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2557억원으로 전년 동기비 52.8% 늘었다. 매출액과 비슷한 개념인 영업수익도 상반기에 13조5609억원을 달성해 전년동기(12조1922억원) 대비 11.2% 증가했다.

이에 따라 재무건전성도 한층 강화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순자본비율(NCR)이 2195%에 달해 주요 증권사들 중 재무건전성이 가장 우수했다. 1년전(2038%)과 비교해도 7.7% 향상됐다. 그 뒤를 미래에셋증권(2026%), 메리츠증권(1994%), NH투자증권(1694%), KB증권(1492%) 등이 이었다.

순자본비율은 금융사가 손실 예상액에 대비해 얼마나 충분한 자기자본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재무건전성 평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잣대다.

이런 기세에 힘입어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지주사)는 상반기 순이익 5211억원을 기록하며 증권업계에서 유일하게 반기 순이익 5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이같은 결과가 최근 증권업계에 돌발악재로 등장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익결제거래(CFD) 관련 대규모 충당금 적립 등에도 불구하고 이룬 것이라 더 돋보인다.

한국금융지주는 계열사 합산 부동산PF 익스포저(노출규모)가 약 5조원으로 대형 증권사 가운데 가장 크다. 그래서 시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가 지난 5월 전북 전주시 호성보육원 ‘한국투자 꿈 도서관 3호’ 개관식에 참석해 이날 열린 체육대회에서 보육원 원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제공)

 


’승부사’가 쏜 작은 공…증권가 지각변동



이 같은 고공 행진의 지휘자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다. 정 대표는 동원증권의 전신인 한신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투자은행(IB)부문에서 실력을 쌓은 정통 증권맨이다. ‘랜드마크 딜’로 불리는 삼성카드, 삼성생명 등의 기업공개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기업공개 전문가로서, 뛰어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차장에서 부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샐러리맨 신화를 써온 인물이다.

정 대표는 2018년 연말에 대표이사에 오른 뒤 매년 최대 순이익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특히 그는 대표이사에 오르기 전 개인고객그룹장으로 일하면서 해외 부동산 분야에서 성과를 낸 경험을 토대로 해외부문에 올인하고 있다. 그 덕분에 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실례로 한국투자증권은 2001년부터 미국 뉴욕 현지법인을 운영해왔는데, 정 대표는 2021년 1월 뉴욕에 투자금융(IB) 전담 법인을 별도로 설립, 그해 9월 워싱턴DC에 있는 신축 오피스빌딩 관련 인수금융 거래에 대표주관사로 참여해 큰 성과를 낸 바 있다. 정 대표는 이 법인을 인수·합병(M&A), 대체투자, 인수금융 등 거래 소싱부터 실사까지 전담하는 글로벌 핵심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또한 지난해 9월에는 미국 종합금융회사 스티펄파이낸셜과 손잡고 합작회사 ‘SF 크레딧파트너스’를 설립해 미들마켓(중견기업 대상 시장) 대출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20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채권 발행에 성공해 주목받기도 했다. 사무라이채권은 일본 채권시장에서 외국기업이나 정부가 발행하는 엔화표시 채권인데, 국내 증권사가 발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사옥 전경. (한국투자증권 제공)
 

‘해외통’ 실력, 위기에 더 돋보여



동남아 시장도 꾸준히 공략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19년 인도네시아에 자산운용사를 세웠으며, 작년 6월에는 베트남으로 날아가 현지 최대 자산운용사 드래곤캐피탈자산운용, 물류회사 ASG, 베트남 보건부 인구가족계획국, 대학 등 5곳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지난 5월에는 금융감독원과 함께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비즈니스 협업을 논의하고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와 협력선언식을 가졌다.

해외 부동산 투자도 정 대표 취임 후 탄력이 붙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프랑스 파리 투어유럽 빌딩 매입을 비롯해, 이탈리아 밀라노 사무용 빌딩, 미국 텍사스 물류센터, 미국 샌타애나 사무용 건물, 미국 뉴욕 사무용 건물 등을 인수했다.

또 국내 최초로 해외 대학기숙사에 대한 직접투자에 나서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텍사스대학교, 플로리다주립대학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스 캠퍼스의 기숙사를 차례대로 인수했으며, 미국 텍사스 주립 오스틴대학교의 신축 기숙사 인수에 지분투자로 참여했다.

이같은 해외사업들은 정 대표가 직접 주도했으며, 이를 통해 형성된 탄탄한 글로벌 인프라 속에서 호실적이 창출돼왔다. 실제로 올 상반기 실적만 보더라도 홍콩과 베트남 현지법인이 두드러진 성과를 거뒀고, 해외 펀드 평가이익이 크게 상승하면서 충당금 규모를 상쇄했다.

정 대표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통한 수익원 다각화 등 신사업 발굴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며 “특히 글로벌사업 확장은 이러한 노력의 핵심인 바, 전 사업부문에서 해외 신수익원 창출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 변화에도 흔들림 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낼려면 ‘글로벌 영토 확장’이 필수라는 얘기다.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 뚫겠다”



하지만 중국발(發) 부동산 리스크, 미국 금융시장 불안 등 곳곳에 넘어야 할 산도 높다.

특히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잇단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국인 만큼, 중국 위기는 우리 기업들의 투자 위축을 가져와 투자금융(IB)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일문 대표. (한국투자증권 제공)

미국의 경기 회복세도 당장은 반기기 어렵다. 고금리에도 소비와 고용시장이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의 긴축 기조가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 여기에다 환율, 유가 불안 등 경기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 정 대표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뉴스에 “해외 변수가 워낙 커 어떤 식의 시장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정 대표의 수십년 된 해외사업 노하우와 그간 탄탄하게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위탁매매를 비롯한 기업공개(IPO), 트레이딩 등 증권 영업환경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고, 한국투자증권이 지분 27%를 보유한 카카오뱅크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평소 임직원들에게 “쉬운 길보다 어려운 길을 뚫고 가면 그 성취감이 자신감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해왔다. 이번엔 눈앞에 닥친 중국발 위기를 어떻게 뚫을지에 전 금융권의 시선이 쏠려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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