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증권사들의 부실자산 규모가 3조원을 돌파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시장에 한파를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48개 증권사들의 부실채권 규모가 3조 400억 원 규모(고정이하자산)를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약 83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 1분기 말 자기자본 5조 원 이상 초대형 증권사들의 고정이하자산 금액은 2조 205억 원으로 전체 48개 증권사의 고정이하자산 금액의 66.5%를 차지했다.
최근 5년간 국내 48개 증권사의 연말 기준 부실채권 규모는 2018년 말(1조 1592억원), 2019년 말(1조 2221억원), 2020년 말(2조 327억원), 2021년 말(2조 2665억원), 2022년 말(2조 6724억원)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년간 늘어난 유동성에 따른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투자 확대가 금리 인상, 대내외적 불확실성, 주택시장 경기 위축 등에 부실자산 증가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부실자산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자산이 매년 증가하는 데는 부동산 PF 연체율 등 잠재 부실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정이하자산은 증권사의 자산 건전성을 평가하는 데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증권사가 보유한 자산은 채무자의 상환 능력을 고려해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가지로 구분되는데,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자산이 고정이하자산으로 분류된다.
고정이하자산 중 고정은 이익이 나지 않지만 원금 회수가 거의 가능한 자산들인 경우가 대부분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실질적으로 손실 가능성 높은 부실자산을 의미하는 회수의문과 추정 손실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7월 6일 기준 한국투자증권(2조 6086억 원), 삼성증권(2조 4565억 원), 메리츠증권(2조 2639억 원) 등이 2조 원대 규모로 부동산 PF 신용공여 규모 상위권을 차지했으나, 부실자산 규모는 신한투자증권(2923억원), 하나증권(1551억원) 순으로 높게 나타나 규모와 부실 여부의 상관관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수적으로 부동산 PF를 운영한다고 알려진 삼성증권의 경우 회수의문 자산이 200억 원 규모이며, 자기자본 대비 회수의문 자산의 비율도 0.3%에 불과해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가 증가했으나 선별적 자산 인수에 나서 수도권역 주택 등 안정성이 높은 투자를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유동화증권 신용보강액(금융기관 신용보강)은 올해 1분기 1527억 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 진행한 4406억 원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한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시장 경색이 기우일 수도 있다”며, “증권사의 재무건전성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 NCR이 올해 1분기 기준 737.7%로 나타나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