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천기자 | 2023.06.21 10:58:01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20일 ‘결정적 변화’라는 제목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상호주의에 입각해 한중관계부터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면서 국내 거주 중국인의 투표권 제한, 건강보험에 등록 가능한 피부양자 범위 축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작년 6월 지방선거 당시 국내 거주 중국인 약 10만명에게 투표권이 있었지만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에게는 참정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 왜 우리만 빗장을 열어줘야 하는 건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 국민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나라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공정하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역시 상호주의를 따라야 한다. 중국에 있는 우리 국민이 등록할 수 있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범위에 비해 우리나라에 있는 중국인이 등록 가능한 범위가 훨씬 넓다. 중국인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부당하고 불공평하다”면서 “국민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건강보험기금이 외국인 의료 쇼핑 자금으로 줄줄 새선 안 된다. 건강보험 먹튀,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막겠다”고 날을 세웠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상호주의에 입각한 한중 관계’ 발언은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지는 쪽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는 등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과격한 발언으로 한중간 외교 갈등을 촉발한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그리고 김 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제도 도입, 국회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서명 등 ‘정치 쇄신 3대 과제’ 공동 서약을 할 것을 야당에 공식 제안했다.
김 대표는 “국회의원 숫자가 많으냐 적으냐 갑론을박이 있는데 그 정답은 민심으로 현행 국회의원 정수 300명 가운데 약 30명을 줄이자”면서 ‘코인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을 거론하며 “김 의원처럼 무단결근, 연락 두절에 칩거까지 해도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그런 직장이 어디 있나. 출근 안 하고 일 안 하면 월급도 안 받는 것이 상식이고 양심이다.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김 대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날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한 것과 관련해 “만시지탄이나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이 대표는 국민 앞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해놓고 손바닥 뒤집듯 그 약속을 어겨 국민을 속였다. 국민에게 정중한 사과부터 하는 것이 도리로서 구체적 실천 방안도 함께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이 대표가 전날 교섭단체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맹비난한 데 대해 “‘사돈남말’(사법리스크·돈봉투 비리·남탓 전문·말로만 특권 포기) 정당 대표로서 하실 말씀은 아니었다. 장황한 궤변이었다”며 “윤석열 정부 실패가 곧 민주당 성공이라는 미신 같은 주문만 계속 외운다고 국민이 속을 줄 아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공수처, 검수완박, 엉터리 선거법 처리와 같은 정쟁에 빠져 조국 같은 인물이나 감싸고 돌던 반쪽짜리 대통령, 과연 문재인 정권에서 ‘정치’라는 게 있긴 있었나”라고 지적하면서 이 대표에 대해서도 “야당 대표라는 분께서 중국대사 앞에서 조아리고 훈계 듣고 오는 건 외교가 아니라 굴종적 사대주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과 관련해 “윤 대통령의 한일 관계 정상화 노력은 국민 이익, 국가의 앞날을 생각하며 내린 고독한 결단이지만 문재인 전 대통령은 어땠나. 죽창가만 부르며 조직적으로 ‘반일 선동’을 주도했다”고 비난했다.
또한 김 대표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가짜뉴스, 조작과 선전선동, 근거 없는 야당 비난에 휘둘리지 않고 우리 정부가 직접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며 “후쿠시마산 일본 수산물이 우리 국민 밥상에 오르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김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협치 의지, 공감 능력, 책임 의식을 찾을 수 없는 내로남불 연설”이라며 맹비난했다.
민주당 이 대표는 국민의힘 김 대표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께서 여당 대표인지 야당 대표인지 잘 구별이 안 됐다”면서 “여당으로서 이 나라를 어떻게 책임질지보다는 남 탓, 전 정부 탓, 야당의 발목을 잡고 야당을 비난하는 데 주력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협치 의지, 공감 능력, 책임 의식을 찾을 수 없는 여당 대표의 내로남불 연설에 기가 막힌다”면서 “노동계, 언론계, 교육계, 사법부, 야당에 대한 악의로 가득 찬 공격적 언사로 가득했다”고 비난했다.
박 대변인은 “(김 대표가)국민을 설득하고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통합할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한심한 연설은 할 수 없다”면서 “아직도 야당인 줄 아는가, 아니면 오로지 용산만 바라보며 대통령실의 앵무새가 되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