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패러다임 바꾼 ‘아트 뱅크’ 구축
미술품 신탁·작품구매 등 은행과 연계
하나금융 차원의 문화프로젝트로 승화
할 거 많고 볼 거 많은 바쁜 시대. CNB뉴스가 시간을 아껴드립니다. 먼저 가서 눈과 귀에 담은 모든 것을 전합니다. 이번에는 서울 을지로에 있는 하나은행의 개방형 수장고 ‘하트원’에서 열리고 있는 ‘언리미티드 힙’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편집자주>
하나은행의 문화공간인 ‘하트원(H.art1)’이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여러 전시회를 담아낸 하트원이 이번에는 ‘언리미티드 힙(Unlimited HIP)’이라는 독특한 전시를 열고 있다. 강재원, 레고, 백하나, 스피브, 유나얼, 지비지, 제이플로우, 풀, 쿨레인 등 우리나라 서브컬처 미술을 상징하는 작가 9명의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30일 지하철 2·5호선이 교차하는 을지로4가역에서 내려 이곳을 찾아갔다. MZ세대가 많이 찾는 힙지로(힙하다와 을지로의 합성어) 한쪽에 5층 규모의 하트원 건물이 있었고, 연두색 창문이 인상적인 외벽에 이번 전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번 전시는 하트원의 3~4층 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우선 4층으로 올라가니 강재원 작가의 3D 프로그램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이 대형 LCD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었다. 외계 행성처럼 느껴지는 가상의 공간에 있는 거대한 조각상을 다각도로 바라본 영상이다. 은색으로 빛나는 작은 실물 조각 작품도 같이 전시되고 있었다.
‘아트토이(피규어의 한 종류)’도 눈에 띈다. 쿨레인 작가가 우주복을 입고 있는 우주인, 검은 운동복을 입은 농구선수의 모습을 리얼하게 작은 피규어로 형상화했다. 이런 아트토이 여러 개가 투박한 나무판 위에 올려져 있었다.
싱어송라이터 유나얼의 작품도 눈에 들어왔다. 가수로 잘 알려진 유나얼은 하트원의 전시에 그동안 선보여온 회화와 오브제 작품을 출품했다.
그래피티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제이플로우는 눈이 강조된 얼굴, 스피브는 다양한 컬러를 사용한 추상적인 모습을 작품으로 완성했다. 이들은 이번 전시를 기념하는 VIP 초청 행사에서 라이브 페인팅과 주차장 벽면 그래피티 작품을 직접 그리는 현장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만화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레고 작가는 환희를 느끼는 여성의 얼굴과 럭셔리 브랜드의 로고를 병합해 독특한 화풍을 보여줬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성 작가인 백하나는 아이들, 풀 작가는 동물의 모습을 카툰 스타일로 표현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다솜이의 그림을 맡았던 지비지 작가도 만화 스타일의 그림으로 방문객을 맞았다.
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전시장 벽면에 붙어 있는 QR 코드에 스마트폰 카메라를 가까이 접근시키면, 작가와 작품, 에디션 개수, 판매가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한정판 카드도 만날 수 있었다. 한쪽에 아트카드 존이 있었는데, ‘언리미티드 힙’ 전시에 참여한 9명 작가의 작품 이미지를 플레이트에 적용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하나카드의 ‘원더 LIVING’ 상품에 전시회 기간 동안에만 구입할 수 있는 디자인을 넣은 것으로, ‘하트카드’라고 이름을 붙였다.
금융이 예술과 만나
금융사인 하나은행이 이처럼 예술 분야에 공들이는 이유는 금융소비자의 문화적 성취를 돕기 위해서다. 이를 하나은행은 ‘아트뱅크’라 칭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자산관리(WM)와 아트를 결합한 하나아트뱅크를 시작했는데, 예술에 관심이 많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후 서울 을지로에 개방형 수장고인 하트원을 만들어서 정기적으로 전시회를 열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며 파티를 즐길 수 있는 VIP 초대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아트페어를 개최하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미술 시장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하트원과 연계해 미술품 신탁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앞서 하트원에서 달항아리 시리즈로 알려진 최영욱 작가의 개인전 ‘인연과 카르마’를 진행하고, 이때 파악한 구매 수요를 신탁 상품과 연결한 것이다.
하트원은 앞으로도 예술경영지원센터 등과 함께 하는 다양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위탁판매업자와 컬렉터 등을 대상으로 신탁 상품의 저변을 넓힌다는 포부로, 새로운 미술품 유통 비즈니스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다양한 문화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 4월 하트원에서 ‘메타하나(META1)’ 프로젝트 전시회를 열었다. 토큰형 증권(STO·Security Token Offering)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프린트베이커리와 함께 김선우, 다다즈 작가의 실물,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작품을 동시에 전시했다.
하나카드도 협업하고 있다. 신진 작가들을 응원하기 위해 ‘카드 플레이트 디자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는데, 수상작을 하트원에서 전시하고 상품에 반영할 계획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CNB뉴스에 “을지로는 MZ세대가 자주 찾는 곳이라 하트원 전시장을 방문해 작품이나 한정판 카드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며 “다양한 스타일의 전시회를 꾸준히 진행해 아트뱅크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