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벌어서 (고향으로) 가고 싶어요."
지난 9일 오후 2시쯤 경북 고령군 다사면 노곡리 한 참외 농장에 외국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고령군과 필리핀 루바오시의 협약으로 지난 3월 입국한 계절 근로자 138명의 일부다.
이들은 "돈 많이 벌 수 있어서 좋다"며 대화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들 계절근로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스토리엔 숨은 공로자가 있다.
군청 농업정책과 정정수 팀장을 비롯한 해당 과 공무원들이다.
군은 외국인 계절 근로자 제도를 처음 도입하기에 앞서 불법체류 등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다양한 피해 사례를 수집·보완하는 등 치밀한 계획과 실행 방안을 마련해 추진했다.
군은 피해 사례 대부분이 이들 계절 근로자를 입국시키는 과정에서 중간 용역 업체가 개입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군은 과감히 이들을 직접 관리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런 노력의 결과 중간 용역업체를 두고 관리하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과 지역 농가 모두 만족도가 높아 전국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으면서 지역 농가의 추가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정정수 농업정책과 팀장은 "계절 근로자가 입국한 뒤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지만 수시로 찾아가 근태·건강 체크는 물론 사소한 민원까지 해결해 주다 보니 영어 실력이 부쩍 늘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이들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가 다시 방문하더라도 재교육 없이 고정 인력으로 활용하는 등 앞으로 계절 근로자 제도 도입의 모범 사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군에 따르면 필리핀 계절근로자 138명 가운데 3명은 개인 사정으로 출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군은 혹 여나 있을 이탈 방지를 위해 담당 공무원이 직접 이들을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주고 출국하는 모습을 촬영하는 등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끈다.
이남철 고령군수는 "건강검진과 면접을 통해 직접 군이 선발해 데려온 만큼 이들과 농가에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업 성과와 부족한 점을 검토해 보완하고 숙련근로자들은 재입국시키는 등 제도화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