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23.04.10 11:11:17
미국 체류 도중 장인상을 당해 지난 8일 일시 귀국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9일 당내 대선 경선 맞수였던 이재명 대표의 조문을 받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지난해 5월 이후 약 11개월 만이다.
이 전 대표와 이 대표는 지난 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소속 후보 지원 행사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등을 함께 찾았지만, 지방선거 직후 이 전 대표가 미국으로 떠난 뒤에는 접점이 없었다.
따라서 당내 친명(친이재명)·비명(비이재명) 계파 간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가운데 두 사람이 만난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정치적인 현안은 언급하지 않은 채 안부만 주고받았다.
먼저 이날 오후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을 방문한 이 대표가 “(미국에서) 강연한 내용이 참 좋으시더라”라고 인사를 건네자 이 전 대표는 “4월에 남북통일과 평화에 대한 대안 등을 담은 책을 내고, 6월 독일 베를린에 가서 특강을 한 뒤 귀국한다”고 향후 계획 등을 소개했으며, 이후 “당을 잘 이끌어달라”는 이 전 대표 말에 이 대표가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는 등 원론적인 안부만 주고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대표를 수행한 한 의원은 10일 CNB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대표는 20여분간 조문하는 동안 순수한 문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서로 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면서 “부활절이다 보니 예배를 마치고 오는 분들이 많아 문상이 밀려 있어 배려 차원에서 (이 대표가) 먼저 자리를 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장례식장에 도착하자 이 전 대표 지지자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개딸’(친이재명 성향 강성 지지층)들을 시켜 이낙연 출당 조치 요구시킨 사람이 여기 어떻게 오느냐”고 소리를 지르는 등 소란이 벌어져 여전한 당내 긴장감을 엿볼 수 있게 했으나 이 대표는 특별히 반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부터 이틀간 빈소에는 대선 경선 당시 이 전 대표를 도와 친이낙연·비명계로 분류되는 설훈 홍영표 전혜숙 이병훈 윤영찬 신동근 의원 등이 빈소를 찾았으며, 그리고 정성호 우원식 조정식 서영교 이해식 의원과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친명 성향 정치인들도 줄지어 조문하는 등 계파를 망라한 당 인사들 조문이 줄을 이었다.
이어 박병석 전 국회의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유인태 전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야권 원로들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으며,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 하태경 송석준 의원 등 여권 인사들도 방문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치적 해석에는 선을 그었으며, 이 전 대표 역시 구체적인 당내 상황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일부 조문객이 “당이 어려우니 원로로서 역할을 하셔야 한다”는 말을 건넸고, 이 전 대표도 대외환경 등 나라 안팎의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야당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참석자는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나라가 굉장히 위기에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면서 “그리고 이 전 대표는 ‘세계정세가 우리나라에 아주 불리한 형국으로 큰 위기인데 여야 모두 위기의식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전 대표는 장례를 마친 뒤에도 약 일주일간 한국에 머물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이 기간 동안 이낙연계 세력을 결집해 구심점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이 전 대표 측근들이 직접 언론에 장인상을 알리면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일정을 일거수일투족 공지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 존재감을 과시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뒤따라 이 전 대표가 완전히 귀국하는 6월 이후에는 그동안 연구한 대외전략 등을 중심으로 현실 정치에 관여하는 발언을 본격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