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의 사저에서 자주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 자신의 SNS에 사진을 올리고 책 추천글도 올렸으나 당분간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정치인을 만나지 않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3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뵙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문 전 대통령 결정에 특별한 배경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최근 만났던 정치인들이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공개한 대화 내용이 논란을 야기한 데 따른 부담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윤 의원이 ‘당분간’의 의미에 대해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해 내년 총선 앞두고는 정치인들을 만나는 행보를 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앞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지난달 17일 언론 인터뷰에서 경남 양산의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고 밝히며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단합해 잘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언급하자 이상민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는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이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이 과도하게 말씀한 것이고, 전달한 분도 잘못”이라며 “우리가 문 전 대통령의 ‘꼬붕’(부하라는 뜻의 일본어)이냐”라고 비판했다.
여기에다 대표적인 비명계 의원인 박용진 의원도 지난 달 자신의 SNS를 통해 문 전 대통령을 만났다는 소식과 함께 “(문 전) 대통령도 민주당이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걸 중심으로 화합하면 총선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고 적어 논쟁거리에 가담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글이 이재명 대표 거취 등을 둘러싼 갈등의 소재가 된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전직 대통령의 말씀은 격려와 조언 정도로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처럼 자신을 만난 정치인들의 메시지가 오해나 억측을 낳는 것처럼 보이자 당분간 정치권과 거리를 두려 하는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제주 4·3 75주년을 맞아 제주도를 찾았지만, 희생자 유족을 만나는 것 외에 정치인 등을 만나는 일정은 일체 배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임 중 4·3 70주년인 지난 2018년과 2020년, 2021년 세 차례 추념식에 참석한 바 있는 문 전 대통령은 추념식이 끝난 이날 오후 4·3평화공원 위령 제단에 헌화·분향한 뒤 “4·3 영령들에 대해 다시 한번 그 넋을 가슴 깊이 추도한다”며 “4·3의 완전한 치유야말로 진정한 화해와 통합에 이르는 길”이라고 말했다.
(CNB뉴스=심원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