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 “고객만족 넘어 고객몰입”
기업·사회·고객 상생하는 세상 추구
그길로 가는 방법은 오직 'ESG경영'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행복을 추구하자. 고객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고 반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을 다면적, 다차원적으로 깊이 이해해야 한다.”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고객몰입(Customer Obsession) 경영’을 선포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28일 한국경영학회가 수여하는 ‘2023년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경영자대상은 국내 최대 경영관련 학술 단체인 한국경영학회가 1987년부터 시상해 온 재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과 탁월한 경영능력으로 경제성장에 공헌한 기업인에게 수여한다.
제1회 수상자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었으며 그간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1992년, 제6회),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993년 제7회),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2018년 제33회), 최태원 SK그룹 회장(2019년 제34회) 등이 수상한 바 있다.
조 회장이 기업인 최고의 영예인 이 상을 받게 된 이유는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효성의 첨단소재 제품들이 글로벌 1위 제품으로 올라선 점과 효성의 신소재 개발 등이 미래성장 가치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조 회장이 추구하는 고객몰입경영이 글로벌 기업평가 잣대인 ESG와 맞물려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단어로, 기업활동에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지배구조 개선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투명경영을 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조현준표 고객몰입경영’은 고객 최우선주의를 실천하는 것으로, 경영전략·관리시스템·조직문화·리더십 등 경영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가장 중심이 되는 경영을 뜻한다. 조 회장은 이를 ESG에 접목해 기업-사회-고객이 ‘상생’하는 세상을 추구하고 있다.
‘친환경 섬유’ 세계1위…존재 자체가 ‘E’
조 회장은 특히 ESG 중에서도 ‘E(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효성의 태생과 무관치 않다. 효성의 모태는 1966년 설립된 동양나이론주식회사다. 1970년 한일나이론을 인수하고 1973년에는 동양폴리에스터 및 동양염공을 세워 국내 최대 섬유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늘날에도 섬유·에너지 분야가 그룹의 주축을 이룬다.
효성의 친환경 경영은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 효성이 진 빚(제조·생산 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을 오늘날의 효성이 탄소중립으로 갚자는 부채의식과 ‘글로벌 에너지 기업 효성’으로서 지속가능 미래에 대한 사명감이 함께 작용한 것이다.
이는 동시에 ‘고객몰입경영’의 기반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친환경 경영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고, 이렇게 맺어진 신뢰가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고 믿고 있다. 가령, 플라스틱과 비닐이 합쳐진 포장재 때문에 주부들이 분리수거에 불편을 겪는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밝지 않다. 친환경포장재로 ‘탄소배출 줄이기’를 실천하는 기업이라야 고객에 신뢰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조 회장은 경영자대상을 수상하며 “고객을 다면적 다차원적으로 깊이 이해하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한발 더 빠르게 제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친환경 경영의 최전선에 서 있는 기업은 효성의 주력 계열사인 효성티앤씨다.
효성티앤씨는 2008년부터 페트병을 재활용해 개발한 폴리에스터 원사 ‘리젠(regen)’을 활용해 친환경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리젠은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세계 최초의 바이오 섬유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와 함께 대표적 친환경 섬유제품으로 꼽힌다.
효성티앤씨는 서울시, 제주시 등 지자체에서 수거한 페트병을 ‘리젠서울’, ‘리젠제주’, ‘리젠오션’ 등의 섬유로 재활용해 자원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는 ‘리젠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리사이클 섬유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달 개최된 국내 최대 섬유산업 전시회인 ‘2023 대구국제섬유박람회(Preview in Daegu; PID)’에서는 효성티앤티의 그간 성과와 비전이 일목요연하게 공개됐다.
효성티앤씨는 이 박람회에서 18개의 협력사와 함께 △친환경 스판덱스 존 △친환경 나일론 존 △노스페이스 콜라보레이션 존 등 친환경을 테마로 한 부스들을 역대 최대 규모로 꾸렸다.
친환경 스판덱스 존에서는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세계 최초 바이오 스판덱스인 ‘크레오라 바이오베이스드’, 100% 재생폐기물로 만든 리사이클 스판덱스인 ‘크레오라 리젠’으로 만든 원단을 선보였다.
친환경 나일론 존에서는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을 재활용한 리젠오션 나일론 섬유 등이, 노스페이스와의 콜라보레이션 존에서는 친환경 섬유 ‘리젠코리아’로 만든 노스페이스의 티셔츠, 스웻셔츠, 스웻팬츠 등 친환경 패션 제품들이 전시됐다.
효성티앤씨는 페트 수거 캠페인 ‘리젠(regen) 되돌림’ 등 친환경 캠페인에도 열심이다. 임직원들이 페트병을 모아오면 리싸이클 섬유인 리젠으로 생산한 가방을 주는 식이다. 지난해 본사 사옥에서 시작했는데 올해는 울산·구미·대구 등 전국 사업장으로 확대해 1만5000개 페트병을 모을 계획이다.
“ESG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 유일한 길”
또다른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는 자체기술로 개발한 탄소섬유를 항공기, 자동차, 에너지, 건축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강철의 10배 강도를 자랑하면서도 무게는 4분의 1에 불과해 미래 친환경 소재로 꼽힌다. 가령, 차량 제작에 접목하면 연비가 좋아져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다. 효성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전주 탄소섬유 공장을 연산 2만4000톤까지 늘릴 예정이다.
효성그룹은 협력사와의 ‘상생’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내년부터 유럽연합(EU)에서 시행되는 ‘공급망 실사법’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국내 섬유업계 최초로 중소 협력사에 대한 교육·컨설팅, 친환경 인증 비용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급망 실사법은 대상 기업의 공급망 전 과정에 걸친 환경, 노동, 인권, 지배구조 등 ESG 항목을 정기적 평가해 문제가 발견되면 공시 및 시정토록 하는 제도다.
효성티앤씨는 ESG 전문 컨설팅 업체와 함께 올해 6월까지 4회에 걸쳐 11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임직원 ESG 교육, ESG 진단 및 가이드, 개선 컨설팅을 제공한다. 또 자사 친환경 소재로 원단을 제작하는 21개 중소 협력사에 친환경 인증을 위한 비용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ESG는 현재와 미래를 포괄하는 기업의 가치 기준이 되고 있다”며 “ESG를 기반으로 한 고객몰입경영의 실천이야말로 고객에게 가장 먼저 선택받는 효성,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앞서 나가는 효성이 되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NB뉴스=도기천 기자)